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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새39 버림속에 얻는 희망....붕새를 날리고 싶다 본문

맑은하늘 하얀새

하얀새39 버림속에 얻는 희망....붕새를 날리고 싶다

SHADHA 2004. 2. 16. 22:50


하 얀 새



버림속에 얻는 희망....붕새를 날리고 싶다.

10/31








가을산은 제 피를 토해내듯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가을의 들녘을 지나온 무형의 바람이 비껴가는 사이에 잎새들은 못다한 가을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 바람을 등에 지고 나도 옛 중국사람들의 커다란 붕새를 기다려 볼랴싶습니다. 그만큼 가을산은 나의 상상의 기다림조차 아름답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지난 주말 계룡산자락을 움켜쥐고 지날때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듯 군데 군데 암벽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나무의 위태함마져 더욱 근사한 아름다움을 연출해내고 있었습니다.
그 붉고 노랗고 파란 원색의 가을빛은 이제 절정으로 치달아 붉은 눈물이 되어 온산을 젖게 하고 있었지요.

그 눈물 어느새 내 가슴속에 작은 호수하나 만들게하고 그 빛을 닮은 비단잉어 한마리 풀어다 노닐게 합니다.

길곁으로 나란히 누운 들녘엔 이미 알알이 굵은 결실들이 거두어지고 풍성한 여유만이 해질녁 나른함에 젖어 첫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듯이 저 산의 아름다운 노래도 쨍그랑 깨질듯이 투명한 파란하늘을 등에 지고 서서히 은빛 서리에 묻히고 바람에 실려 또 다른 기다림의 희망속으로 사라지겠지요.

그들은 절정의 아름다움에서 자신을 버릴줄 아는 지혜를 알고 있습니다. 미련을 부여잡고 어쩔줄 몰라하는 인간의 우매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그들은 봄날을 위하여 사라집니다.
차가운 눈속에서도 견딜줄 아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며 기다림속에 희망을 키울줄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미련없이 이 가을이 가는길목에서 가지를 맥없이 놓아버릴것을 난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바람이 불고 또 겨울이 오고 할것을 .....

그 산자락을 벗어나며 이제 내 삶에 물드는 빛깔과 휘고도는 바람의 두께를 꺼내어 살펴 봅니다.
내 생애 단 한번이라도 저산자락 꼭대기에서 바람을 등에지고 올라가 붕새를 날려볼날이 있을까요?

나도 미련없이 버림으로써 얻는 지혜를 배우고 그 산자락을 내려돌아갑니다.

**하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