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얀 새
거장들의 빛과 색의 세계에서 ....
02/04
전
어제 아이들 데리고 덕수궁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고흐나 고갱.세잔느의 진품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놓치기가 아까워서 였습니다. 지난
10월 26일부터 시작된 전시회가 이제 그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지요.
다녀오신 분들도 있겠지요? 전
개인적으로 후기 인상파화가들의 그림을 좋아 합니다. 완전히 사실적이지 않으면서 그들나름의 자연의 빛과 어둠을 표현하는 해석이 어딘지 나의
내면과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해두지요.
오랜만에 들어서는 덕수궁은 겨울의 뜨락이여서인지 아주 건조하고 차가워만
보였지요. 석조전의 모습도 유난히 회색빛이 을씨년해 보였습니다.대학때 거닐던 그 앞 연못도 쾡하니 비어있어
쓸쓸했구요.
오르쉐미술관의 소장품들이 있는 미술관으로 들어섰지요.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조용히 그윽한 눈으로
그들과 마주하기는 다 틀렸구나 싶더군요. 막바지라서 전 좀 한가하기를 바라면서 왔었거든요. 먼저 시대를 무시하고 난 인상주의 작품부터
보아 나가기로 했지요.
처음에 만난 작품은 폴 세잔느의 목가였였습니다. 청춘기의 성적 환상을 표현한 작품이라는데 저에겐 그다지
감흥을 실어주지 않더군요. 다만 그림속에서 여인의 누드들이 전통적인 포즈와 관능미를 동시에 연출하는것을 보고 아직도 가시지 않은 보수의
무료함을 느껴보았지요.
그 뒤를 이어 세잔느의 정물과 카드 놀이 하는 사람 그리고 자화상이 그림을 감상하기 좋을 만한 조도 아래로
고요히 걸려있었습니다. 난 세잔느의 자화상에서 그의 쏘아보는 듯한 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아주 강열했습니다.
마치 네가
그림에 대해서 뭘알아 하듯이 나를 조소하는것 같기도 하고 난 실패하지 않았어 하듯이 자긍심에 찬 눈빛이기도 했지요. 에밀졸라의 소설속에
실패한 천재로 묘사된 자신을 항변이라도 하듯이요.너희들은 날 기억해야만되!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바로 뒤를 이어 고갱의 "브르타뉴의
여인들과 자화상"을 어린 나의 딸에게 설명해주러 자리를 옮겼지요. 나의 딸은 고갱을 고흐의 귀를 자르던 행위와 연관시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고흐의 귀가 잘린 자화상을 보며 이상해해서 그 사연을 얘기해 준적이 있었지요.
역시 고갱의 그림은 남국의
따스함이 묻어나오고 있더군요. 시대의 빛바랜 세월도 그안엔 다시 부드러움과 정열의 붓끝아래서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의자화상에서 난
꼭다문 입과 내리뜬 눈의 어둔 눈밑의 그늘을 한참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고흐와 같이 가난과 좌절로 우울한 내면을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나란히 고흐의 몽마르트시절의 그림이 기다리고 있더군요.역시 고흐의 그림은 살아있더군요. 그만의 임파스토기법이
보여지는 두꺼운 물감자국들 그리고 살아움직이듯이 꿈틀대는 붓끝의 리듬이 그안에 있었습니다. 고흐의 그림이 두점뿐인게 너무 아쉬웠지만
나로서는 수확이 한가지 있었답니다. 이번에 전시된 두점의 작품중의 하나인<몽마르뜨의 술집>은 제가 처음 보았기
때문이지요.
그의그림중 또 하나는 <생 레미의 생 폴 병원>이였습니다. 이그림은 그의 정신병이 극이 달할 즈음에
겨우 제정신이 잠깐씩 돌아올 적마다 그린 그림들 중의 하나로 유명하지요. 노란색의 색조가 많이 쓰여지던 그 시절의 그림들은 마치 모든
세상의 만물들이 살아있듯이 꿈틀댑니다.
아마도 그의 정신세계에 스스로의 몰입으로 그는 그만의 이상을 화폭에 담아내려 했던
것이었을가요? 그 그림속의 소나무도 역시 강열한 붓끝의 움직임으로 역동적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흐의 그림에 이어
로트렉의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19세기의 사회풍조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전통에 대항하던 안티의 느낌이
내면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어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그의그림중에 <사창가의 여인>을
보았습니다. 육중한 하체의 굵은 선이 고단한 그녀의 생활을 말해주듯이 보이고 약간은 일그러진채 굳어진 그녀의 얼굴은 세인의 호기심조차
귀찮은듯이 오히려 당당해 보입니다.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렉 그는 그런 그녀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모습을 그림으로서 오히려 관능미를
무기삼아 현실을 풍자하고 있었지요.
우리는 제 1 전시실로 향했지요. 그 곳에는 자연주의 와 사실주의 화풍의 그림부터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주의 화풍의 그림들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그리고 아련한 추억처럼 그윽해지지요.
첫번째
작품은 카미유 코로의 <물가의 버드나무>였습니다. 평화로운 여름날의 풍경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두마리의 소는 햇살아래
평화를 누리고 여인들은 버드나무 아래에서 잠시 한담을 나누는지 투명하면서도 아른한 빛의 흐름속으로 지나가고 있듯이 자연스럽
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이였지요. 그림이 가지는 휴식을 알고 있는 작품의 평화움에 반했었지요.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많은 사람들이 밀레의 그림에 발길을 멈추고 나름대로의 감상을 주고 받느라 정신들이 없더군요. 그의그림은 역시 사람들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습니다. 난 잠시 그의 그림속에서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조차 아름다움의 근간을 발견하는 화가의 진솔한 마음과 갈색톤의 깊고
어두움 배경안의 단조롭지만 깊게 풍겨나오는 그의 면모를 가슴에 담고 지났지요.
많은 인파속에 그의 그림을 고요히 볼 수
없었습니다.
이밖에도 쿠르베,모네,마네,드가 ,쇠라,등의 자연주의와 사실주의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화가들의 70여점에
달하는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근간에 찾아온 행운에 거장들의 빛과 색의 세계에서 충민한 가족나들이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하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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