告白과 回想
7 0 0 0 배 #2
白山 山寺에서
Ⅱ.
200배를 할 때마다
잠시 좌정 하여 숨고르기를 하고 바람 냄새를 맡고
대웅전의 천장의 단청들과 그림들을 머릿속 깊숙이 새겨 넣고
대웅전 모든 벽면의 그림들과
부처님과 보살들의 형상들을 하나 둘 익혀갔다.
때로는 가을오후의 햇살에 빛을 내며 흔들리는 대웅전 側門밖
돌 수반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다보곤 했었다.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아지경 상태로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눈물부터 나왔다.
...왜 그리 어리석게 살았는지.
나 하나 죽으면 어차피 빈손으로 그냥 가는데
왜 그리 욕심을 부렸던지.
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지금 이렇게 번민하고 괴로워하는지 ?
다 털어 버리고 주어진 삶대로 그냥 따라 가면 될 것을..
혼자 남아 기도하던 대웅전의 깊은 밤이 오면
부처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대웅전 앞 범종 곁에 있는
꽃밭의 맑은 샘물에 입술을 적시고
짙은 청록 빛 밤하늘과 멀리 밤바다를 본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산사를 나와
산사 입구의 벤치에 홀로 앉아 가을바람에 땀을 식히고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
저녁을 거른 허기지고 탈진한 몸을 수습한 뒤
다시 기와 담벼락을 잡고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그 길에는 지난 시간의 고통은 간 곳이 없어지고
하늘을 날아 갈 듯 가벼운 마음과 상쾌함이 있었다.
가로등도 아름답고
그 가로등에 비친 나무들과 낙엽도 아름다웠다.
저 먼 밤바다도....하늘도 아름다웠다.
마지막 칠 일째 천 배를 마치고 내려오는 날.
이미 나의 몸과 마음은 강철처럼 강해졌고
하늘에 뜬 깃털처럼 가벼워져 있었다.
...내가 누구를 이기기전에 그것이 나의 운명이든,
내가 사는 현실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하면 그 무엇도 이길 수가 없다..
그래, 나는 이제 나를 이긴다.
내가 나를 이기는 한 이 세상에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다.
욕심내지 말자.
주어진 대로 순응하고 따르자.
거리에 나와 앉으라면 나와 앉고 굶으라면 굶자.
모든 것에 매달려 연연하지 말자.
자! 운명아 와라...
나는 준비됐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고 나를 짓누르고 있던
고통과 번뇌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2000년 10월 그 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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