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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위 마을 본문

靑魚回鄕(부산)

옥상 위 마을

SHADHA 2006. 1. 29. 22:46

 

 



옥상위의 마을

부산 중앙시장







고등학교 1학년시절
모자챙 중간부분을 살짝 꺾어 폼나게 쓰고
책가방을 겨드랑이에 끼고
동천다리걸에서 사든 붕어빵 하나 물고 친구와 같이
시장통안으로 지나던 외철길을 걷는 날이면
술 한잔에 설움을 털고 구슬픈 노래 한자락 부르며
고등어 한마리 새끼줄에 엮어 마주오던
어느 가난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길.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이
진하게 묻어나는 동천가 자유시장,중앙시장 부근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에 오랫동안 살면서도 몰랐었고
얼마전까지도 몰랐었다.
<스펀지>에서 중앙시장 옥상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방영하기 전까지 전혀 몰랐었다

일제시대 때부터 조방이라 불리우는 곳에는
부산진시장, 자유시장, 평화시장, 중앙시장같은
대형 재래 도매 시장들이 밀집되어 있어 예전에는
약장수들이 펼치는 국악극이나 서꺼스 공연들이 매일같이
조방앞 공터에서 벌어져서 가난한 서민들이 장도 보고
길거리에서 파는 싸고 거친 음식들을 먹으며
쇼도 보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나누던 곳이였다.

그러나 설계 사무실 직원이었던 시절 건축설계에 참여한
자유시장이 콘크리트 건물로 새로 지어질 무렵부터
조방앞은 현대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그 서민적인 낭만과 추억의 場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자유시장에서 중앙시장에 이르는 재래시장들이다.







옥상위에 집은 있을 수 있으나
백여 세대의 마을이 있는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중앙시장 옥상위에 그런 어엿한 마을이 있다.

문패를 단 양옥집과 스레이트 지붕의 집들.
이리 저리 규칙적으로 난 정겨운 골목들과
아이들이 모여 뛰어노는 작은 마을 광장도 있고,
각기의 집마다 지번은 없으나 가구마다 번호는 있다.
계단을 사이로 윗동네 아래동네가 구분되어 있고
초라하고 낡기는 했지만 집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옥상 마을 골목길은
집집마다의 테라스이며 뜰이기도 하다.
빨래를 널기도 하고 잘 닦아놓은 장독대도 있고
작은 채소밭도 있고, 꽃밭도 있고 가로등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불평없이 공유하고 산다.

본래 옥상마을은
가난한 시장 상인들이 살았던 무허가 주택
지금은 양성화되어 모여사는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살갑게 살아간다.

그러나
머지않아 중앙시장 이 일대도 문현 금융단지 개발과 함께
두꺼운 세월의 먼지를 털고 재개발에 들어간다.
사라져 버릴 옥상마을을 거닐며
지중해의 햇살 맑은 날 찾았던 폼페이의 거리를 떠올렸다.

그래서
잃어버릴 특별한 마을을 영원히 남기고 싶었다.











































중앙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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