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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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 40계단
영화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말고 속시원히 말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우는 이북고향
언제 가려나
...박재홍의 노래 <경상도 아가씨>...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나뒹굴고
귀여운 꼬마가 깡충깡충 뛰어내리는 가파른 계단에
어둠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진다.
빗소리에 섞여 팝그룹 비지스의 < HOLIDAY >가 흐르고,
우산을 쓴 채 건물밖을 나서는 한 남자를 향해
바바리코트의 무표정한 킬러(안성기)가 다가온다.
순간 킬러는 칼을 꺼내 이 남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들의 추격을 피해 계단을 밟고
순식간에 달아난다.
지난 1999년 개봉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첫 장면 촬영지 40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중구 영주동과 동광동 일대 판자촌에 살던
피란민들이 관문처럼 드나들던 곳으로,
피난민들의 애환이 깃든 장소로 추억의 고향같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