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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안개에 젖은 해운대 본문
안개에 젖은 해운대
해운대 상념
해운대의 하늘이 슬퍼 보였다.
바닷가에 정처없이 누운 者의
서러움에 아프다.
십수년전에 설계했던 종합병원의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 저곳으로 시선을 돌려 지나가 버린 흔적들을
되새겨 보았다
머리속에 들었던 생각을 종이에 옮겨 그린 것이
얻그제 같은데 세월이 그리 흘렀다.
매달 한번씩 정기적으로 받는 진료이지만
늘 낯설게 느껴진다.
주사실에 누어 하얀 천정과 형광등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맞는 주사약은
일반 주사약 보관함에 들어 있지 않고
취급주의라는 붉은 표시와 함께 별도로 격리된 곳에
보관되어 있는 탓에 누워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
...나는 생태적으로 한국인이라는 것이 싫다.
다들 너무 욕심도 많고 합리적인 타협을 싫어하고
남을 속여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럼 다시 태어나면 어디서 태어 나고 싶습니까 ?
...알프스 아래 스위스 뤼체른이나,
남극 가까운 뉴질랜드 남섬 한적한 마을,
아니면 남태평양의 어느 작은 섬이면 좋겠다.
...지금 성격으로 봤을 때는 많이 심심하실텐데...
미포쪽에서부터 해운대 바닷가를 천천히 걸었다.
오랫만에 걸어보는 해운대 바닷가.
해운대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많은 추억을 담고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 라운지의 앞 뜰
작은 분수대앞에 앉아 지난 상념에 잠시 들었다가
바다 서쪽끝까지 다시 걸었다.
마리나 타운 입구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빵집
OPS의 야외 탁자에 앉아 잘 장식된 꽃을 보며
숨을 고를 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마리나 센터.
내가 아주 즐겨 찾던 곳중의 하나였다.
당시 물(?)좋기로 소문난 지하의 <발리 클럽>
1층의 멕시코 요리점 <산타페>
3층의 마리나 볼링장
7층이였던가, 8층이였던 일식집 <雲海>
다 바뀌거나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세월이 그곳도 쓸고 지나가 버렸다.
내친김에 마리나 타운을 가로 질러
한적한 요트경기장과 영화 제작 촬영소를 산책하고
유치원생들이 한가득 소풍 나와있는 올림픽 공원을 돌아
부산 시립 미술관 앞뜰 나무그늘 아래
조용한 벤치에 구두벗고 앉아
변화하는 도시 풍경들을 바라다 보았다.
아!
세월이 그리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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