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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6월의 온천천 본문

靑魚回鄕(부산)

6월의 온천천

SHADHA 2006. 6. 12. 14:05

 




6월의 온천천

그 해 6월의 日記







행복했던 나날들을,
나는 기억한다.
저 싸늘하고 안개 짙던 파리처럼,
역사처럼,
무슨 일 앞에서도 우리가 스스로 강하다고
느끼던 시절처럼,
희망과 사랑처럼,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환상처럼,
그 행복했던 나날들은 아득하기만 하다.
....................
귀환의 다리를 너무나 오랫동안 지켜본 나머지,
이제는 강기슭도,
물도,
하늘도,
누가 누구인지도,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우리가 아직 살아있는지 어떤지,
아니면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지
어떤지도 더 이상 분간이 되지 않았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우리는 구제불능의 몽상가였으며,
그 어떤 곳도 지키지 못하는 늙은 초병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한 번도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었고,
그것은 명백히 우리의 잘못이었다.
내 마음과 내 영혼으로 기다리던 일을,
나는 기억한다.

...올리비에 롤랭 <수단항구>중에서...



















봄이 되면서부터 시작된 病
어떤 처방도 약도 듣지 않았다.
지난 경험에 미루어 본다면
<특별한 사랑>이라는 처방이 매우 효과적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에 내가 노쇠해졌고,
그것을 받아 들이기에는 가슴이 너무 매말라 있다.
숨을 쉬지도 못할 만큼의 마음 저산소증을 앓고 있다.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이 약이 될 수도 있으나
이 계절에는 싫다.
그런 여행은 늦은 가을에서 겨울까지가 멋스럽다.

그래도 스스로가 대견스러운 것은
자신과 약속한 중심잡기는 확실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5월과 6월의 일기는
매일 매일이 아주 단순 명료했다.

오전...사무실로 바로 출근,
점심...누구 누구와 어떤 점심.
오후...사무실에서 계속 어떤 일.
퇴근후 바로 집.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일상적인 일과이지만
매달 일정중 반 이상을 바깥으로 달려 나가던 내게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일,
일, 일,
일, 일, 일,
일로서 일의 스트레스를 풀어간다.

6월 초의 일기에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사무실을 확장하는 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하여
요즘 일주일에 한번 겨우 올리는 칼럼마저 쉬었다.

6월,
눈이 충혈되어 간다고 느낄 때면
이따금 온천천을
천천히 산책을 하는 것이 외유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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