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철로 아랫길 추상 본문
철로 아랫길 추상
온천장역에서 부산대학역까지 온천천 산책
실종 신고를 했다.
어느 봄날에 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아라는 의식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본능적인 요소들과 함께.
성취감.
희망.
성적 욕구까지 데리고 사라졌다.
이것은 분명 나의 내면에서 일어난
일종의 반란이다.
사실 그 이후의 나의 목적되어진 삶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횡단하는 것과 같았다.
하여
조금만 더 버티자고 설득하고
꼬득이기도 하고 다구치기도 했으나
무수한 신기루만 보일 뿐
지친 몸을 잠시라도 쉬게 할
물과 나무 그늘이 있는 오아시스는 없었다.
그래서 그리 사라진
나의 자아 일부분을 원망하거나 질책할 수 없었다.
찾아 나섰다.
지하철 고가역사 아래
온천천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다른 사람들의 자아표현속 어디엔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실종된
자아를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