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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그래도 사랑하는 나의 땅, 나의 바다 본문

靑魚回鄕(부산)

그래도 사랑하는 나의 땅, 나의 바다

SHADHA 2007. 6. 28. 00:13

 




그래도 사랑하는 나의 땅, 나의 바다

안개 낀 광안리 바다에서





지난 월요일.
늘 약속시간보다 서둘러 약속장소로 나오는 습관 탓으로 또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장마철의 잔뜩 흐린 하늘아래 안개 자욱한 광안리 해변 길을
천천히 산책하기 시작했었다.
광안리 호메르스 호텔 8층의 일식당 에서의 점심 약속은 느닷없이 터져 나온
러시아의 동쪽 끝 사할린 프로젝트에 관련된 회의였다.
수요일인 오늘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의 사할린에서 온 고려인 사업가들과의
점심식사와 몇 시간에 걸친 긴 회의.
회의가 끝난 후 나는 또 해운대 바닷가를 산책하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서울, 경기지역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아래쪽 지방의 건축경기가 최악의 상태에서
회복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강남 아파트 값 잡으려다가 전국 건축경기를 완전히 죽인지도 벌써 몇 년째,
사업가들은 사업의 눈길을 해외로 돌리기 시작했었다.
몇 년 전 중국 상해로 가서 건축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으나 하지 않았고,
IMF 이전 사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고 친구였던 이가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자리를 잡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와서 같이 사업을 하자는 제안도 거절했었다.
또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라의 아파트 사업 프로젝트.
계획을 하고 영문으로 직접 번역해가며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한국을 방문한
몽골 건설부 장관과 직접 만나 사업 제안 설명을 하여 사업이 추진되는 것 같았으나
그래도 사업에 이르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를 않아 지금까지 끌고 오고 있다.
몇 차례에 걸쳐 몽골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길바닥에 돈 까는 일(출장 가는 일)은 국내만으로도 이제는 버겁다.
확실한 확신이 들었을 때 움직일 것이라는 변함없는 소신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년 가까운 인연을 가진 설악산 프로젝트를 같이 추진하던 분이
중국 북부 내몽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해왔으나 보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또 사할린이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다른 프로젝트보다 현실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비를 다 부담하겠다고 다음주에라도 사할린으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 아예 사할린에서 정착하여 거기서 건축설계와 사업을 같이 하자고 했으나
신중하게 검토하자며 일단은 보류를 하고 사업계획은 해보겠다고 했다.
해외사업은 확실한 경험과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의 다 실패하기 마련이다.
머리가 좋아서 세계를 사기치고 다니는 한국인이 많지만
그 한국인의 등을 치는 것은 거기에 사는 또 다른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사할린,
사계절이 있기는 하지만 겨울이 길고 겨울에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곳
가장 큰 도시의 인구가 20만이 채 안되는 아직은 황량한 땅이다.
개발 할 곳은 많으나 미래가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외국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몇 년에 걸쳐 국내에 이미 씨를 뿌려 놓은 일들의 결실을 보고 난 이후에야
나는 움직일 것이다.

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어도
그래도 내 나라, 내 땅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이 나라의 남쪽 항구 도시 부산,
여름에는 다른 곳보다 더 덥지 않고
겨울에는 다른 곳보다 더 춥지 않고
바다와 강과 산이 아주 가까운 발치에 서로 머물러 있어 더욱 아름다운 곳.

월요일 안개 짙은 광안리 바다를 거닐고 수요일 또한 안개 낀 해운대 바다를 거닐면서
그래도 사랑하는 나의 땅, 나의 바다가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Oblivion-Astor Piazzo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