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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내 인생의 적자 누적에 관하여 본문

靑魚回鄕(부산)

내 인생의 적자 누적에 관하여

SHADHA 2007. 6. 17. 09:21

 




내 인생의 적자 누적에 관하여

부산 중앙(대청)공원 산책





아침에 눈을 뜨자 창 밖으로 선명하게 푸른 하늘이 보였다.
어제까지도 우울하게 흐린 날씨여서 주말에 풍경찾아 떠나기를 포기하고
25년간의 인연을 가진 P실장에게 남포동에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약속했었다.
요즘 토요일은 특별히 바쁜 일이 없으면 휴일이 된다.
그래서 하늘이 푸르러도 멀리 나가지 않고 남포동에서 가까운 중앙공원으로 올랐다.
예전에 대청공원이라 불리던 중앙공원
고인이 되신 건축가 김중업 선생의 작품인 충혼탑이 있는 곳이다.
그 분은 고인이 되셨어도 건축가로서 그 분의 흔적을 뚜렷이 남기셨다.
나의 두 딸들이 아기이던 시절에 이 공원으로 데려와 잔디밭에 앉혀놓고
아빠도 그런 훌륭한 건축가가 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건축가로서도, 사업가로서도 실패한 것 같다.
사업가로서의 길은 어쩌면 아직 그 가능성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나,
좋은 건축가가 되는 길은 더 이상의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
너무도 많은 시간을 다른 것에 허비해 버렸기 때문이다.
건축사와 건축에 관련된 4개의 기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무용지물로 남겨놓고 있기도 하다.
젊은 시절 일요일도 빠짐없이 스스로 출근하여 일을 하고
새벽 2~3시까지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공부했었다.
그러나 나의 지나친 욕망과 오만함으로 삶의 부도를 내고 난 후
나는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건축가도, 사업가도 아닌 그 중간에 끼여서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런 나의 잘못된 무능함에 깊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시국 탓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나의 잘못이고 무능함이다.

중앙공원
1998년 여름 IMF의 여파로 위기감을 느꼈을 때 동료 건축사였던 친구를 데리고
이 중앙공원으로 올라와 닥쳐오는 심각함에 대하여 토로했었다.
그 후로도 마음이 힘들거나 공허할 때 부산의 항구가 다 보이는 트여진 공간으로 올라온다.
세월이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 무엇 하나 뚜렷하게 이루지 못한 채,
열심히 살아왔던 내 인생에 계속 적자만 누적시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P실장과의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계속 실패를 해도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포기를 해야 만이 끝나는 것이라 하더라...
포기만 하지 않으면 결코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결국에는 내 인생을 흑자로 마무리 지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단 한번뿐인 나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2003년 가을 칼럼에 올린 중앙공원 사진







그리그...아침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