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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남해 해오름 예술촌 본문

가야의 땅(경남)

남해 해오름 예술촌

SHADHA 2007. 12. 21. 09:43

 




남해 해오름 예술촌

잃어버린 10년에 관하여





남해섬의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은점 어촌체험마을과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촬영지인
해오름 예술촌이 자리잡고 있다.
여주인공 나상실이 기억을 잃고 머물던 시간의 배경이 되었던 곳.

잃어버린 시간....
동쪽을 향해 앉은 해오름 예술촌 야외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바다를 바라다 본다.
내일 아침에는 그 수평선 끝으로부터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
나에게도 잃어버린 시간 10년이 있었다.
우연히도 우리나라의 정권의 흐름에 따라 나의 운명도 그리 흘렀다.
1998년 IMF와 함께 온 김대중 정권의 시작과 함께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몰락을 시작했고,
강철만큼 튼튼하던 나는 평생처음 산소호흡기를 꼽고 중환자실에 누웠다.
나를 일으켜 세우려는 투자자가 나서서 회사를 다시 열었으나,
IMF의 지독한 바람앞에 선 촛불처럼 불꽃을 피우기도 전에 꺼지기 일수였다.
죽기 살기로 뛰어서 김대중 정권의 말기인 2001년도 말에 이르러서야
나 혼자 힘으로 다시 시작 할 만큼의 자리를 잡아 재기를 시작하였으나
2002년에 출범한 노무현 정권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계속 이어진 건설경기의 억제및 규제정책으로 하여 발목을 묶여버렸고,
2004년에 이르러서는 다시 몰락상태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회사 사장이면서도 점심을 걸러야 하는 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재기가 늦어지는 초조함과 나 자신에 대한 괴리감으로 마음이 급해졌고
스스로 사업을 만들어서 건축설계를 이루려는 시도를 시작하여
모든 것을 다 걸고 최선을 다하여 서너차례 사업의 성공을 목전에 두었으나,
묘하게도 그때마다 노무현정부는 건축법 개정이나 세법 강화로
어렵게 만든 사업들을 묶어 놓거나 무산시켜 버렸다.
특히 2005년 8,31 조치는 90 %이상 만들어 놓은 대규모 사업을 무산시키고
힘들게 만들어 놓은 나의 유일한 재산마저 은행으로 넘어가게 되어
나는 다시 빈털털이로 길에 나앉아야 했다.
그 후 나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삶을 살았으나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배우려 하고 버텨왔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들이 정권들의 정책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시류의 흐름을 타지 못한 나의 미숙함과 실력부족이라 생각했었다.
최소한 2005년 여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은 그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없으나
노무현 정권하에서 지방에 있는 건축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세월이 되었었다.
노무현 정권하에서 건축설계 계통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었다.
IMF 때 살아남은 지방의 대규모 설계회사들은 점점 더 커져 갔고
나머지 설계회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무너져 갔다.

다시 푸른 바다를 바라다 본다.

그러나 그 세월동안 모든 것을 다 잃은 것은 아니였다.
나와 나의 가족들이 많은 것을 잃고 고생도 많이 하였지만
예전보다 더 검소해 지고 세상에 대하여 겸손해 졌으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적응하여 열심히 사는 것을 배워갔다.
나 자신도 그 암흑의 세월 속에 고통을 잊기위해 시작한 칼럼과 블로그,
또 틈나는대로 찍게 되는 사진과 여행, 영화보기와 책읽는 시간이 늘어나고
보다 더 건전해진 취미생활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뒤는 돌아보지 않고 너무 앞만 보고 달린다.
예전에 주변인들로 부터 많이 듣던 충고를 지금은 스스로 행할 줄 알게 되었고
추상적으로 느끼던 배고픔과 신체적인 아픔, 가난함의 아픔도 느꼈다.

나는 어두움속에 들었던 나의 지난 10년을 누구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류의 흐름을 타지 못했던 나의 미숙함이며, 나의 못난 자만심과 자존심.
또한 나의 능력과 실력의 부족이라 생각하고 더 많이 배우려 한다.
다만 이번 대선기간동안 흘러나온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가
어쩌면 나의 가슴에 그리도 와서 닿는지......

잃어버린 시간이 10년으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남해의 푸른바다가 보이는 해오름 예술촌 벤치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