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남해 바람흔적 미술관 본문
남해 바람흔적 미술관
겨울바람 부는 날에...
차가운 바람이 분다.
또 다시 만나는 겨울의 가장 차가운 바람이
나의 아픈 곳을 알고 있었다.
나 스스로를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 할 수 없는 그런 날.
울고 싶어도 차마 울지도 못하도록
가슴이 얼어붙어 버린 날에
차가운 바람이 모질게도 불어대는
남해섬 대장봉 북쪽 기슭을 오른다.
그 겨울바람이 아프다.
나는 상주 해안 백사장 모래알처럼
그 바람에 흐트러져 버리고 싶었다.
푸른하늘과 어두운 구름으로
걷잡을 수 없는 변덕으로 일관하는 하늘.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도무지 나의 마음 헤아려 주는 않는 하늘마저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게 다가가 만난 내산 저수지곁에 선
남해 바람흔적 미술관.
작은 호수로 향하여 도열한 바람개비에서
청아한 풍경소리 들리고,
마음을 접어 다듬는 다듬이돌 두드리는 소리가
바람소리 따라 편백나무 숲을 지나
내 가슴에 와서 머문다.
바람흔적 미술관을 지키는 것은
겨울바람 뿐이었다.
투박한 회색빛 벽돌벽에 걸린
김경숙님의 작품전 <사랑이 기득할 때>와
김명수님의 작품전의 회화들과
깨끗하게 정리된 커피잔과 끓고 있는 커피가
아무도 지키는 이 없이
평화로운 풍경과 같이 즐기라고 한다.
가슴에 얼어붙은 아픔을 다 덜지는 못했지만
나는 결코 울지 않았다.
겨울바람 세찬 바람흔적 미술관에서
나는 살아 있었다.
아직 사랑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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