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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어느 봄날 자성대 공원을 산책하며 본문

靑魚回鄕(부산)

어느 봄날 자성대 공원을 산책하며

SHADHA 2009. 4. 27. 19:49

 

 

 

 

어느 봄날 자성대 공원을 산책하며

 

조용한 산책과 뱃고동

 

 

 

 

 

 

    오랜 돌성벽아래를 천천히 거닐 때,
   영가대 건너 북항쪽에서 은은하게 뱃고동소리 들려온다.
   도심속에 작은 무인도처럼 자리잡은 자성대 공원의 봄이 오는 숲길.
   어릴 적에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몰려와 성벽에 걸터앉아 놀던 곳.
   40여년이 지나서도 나는 변함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이끼낀 성벽길을
   이따금씩 거닐며 온갖 새소리에 귀를 맡긴다.
   세월은 가도 나는 언제나 소년이 되어 거기에 그리 머문다.

 

   이 봄날,
   뉴질랜드로 놀러오라는 오랜 지인의 계속되는 유혹과
   중국 상하이로 와서 일도 만들고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는 지인의 전화,
   작은 딸이 보고 싶다며 5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로 같이 여행가자는 아내,
   충남 당진에 가 있는 토목쟁이 의동생이 놀러 오라고도 하고,
   벚꽃이 한창일 때, 일본 쿄토로 훌쩍 떠나고자 했으나 때를 놓치기도 하고,
   하여 그 계획들이 어디까지 실행에 옮겨질지 확신을 하지는 못하지만
   엃혀있는 여행계획들로 하여 지금은 쉽게 부산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는 그런 날,
   가까운 공원을 거닐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봄은 또 속절없이 지나가는데 나는 아직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다.
   그저 새소리, 뱃고동 소리 들으며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밖에.....
   에디 히딩스의 연주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