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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해운대의 밤은 깊어가고 본문

靑魚回鄕(부산)

해운대의 밤은 깊어가고

SHADHA 2009. 6. 11. 16:17

 

해운대의 밤은 깊어가고

아내와 함께하는 해운대 산책

 

 

   해운대 그 바다에서
   16년 전 아말피 해안에서 만난 푸른 지중해의 밤바다를 생각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따라
   나지막한 푸른빛 노래가 귓전을 스쳐 지나간다.
   아름다운 바다에서 아름다운 봄날의 밤을 만난다.

 

   내 생일날, 저녁을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아내와 둘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해운대 밤 산책을 나섰다.
   무료할 만큼 평온한 요즘 나의 일상 중에 아내와 저녁 산책을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결혼 전 아내와 데이트하던 그런 기분으로....
   아내와의 산책하는 일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이따금씩 흘러나오는 흘러간 옛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울컥해지고,
   예전에 비해 많이 여려지고 있는 나를 느끼는 것도 나이 탓일까?
   소녀처럼 행복해하는 아내의 발걸음은 가볍고
   아내를 바라보는 나의 발걸음도 바람에 날아갈 듯 가볍다.

 

   요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모호하게도 나는 그 두 가지 현상의 중간에 서 있다.
   궁핍한 것 같으면서도 궁핍하지 않고,
   우울한 것 같으면서도 우울하지 않고,
   무료한 것 같으면서도 무료하지 않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야망과 욕심을 덜어내고 나니
   한결 마음이 부유해진 것이다.

 

   언제나 나의 일상을 메우던 중요한 일들....
   여행과 사진 찍기, 영화보기를 하지 않은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래서 블로그도 돌보지 않았는데도 그리 무료하지가 않다.
   나의 운명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나의 일생 중 마지막 찾아오는 기회의 기차를 타기 위해
   준비를 끝내고 풍경 좋은 플래트 홈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가벼운 바람이 부는 그 밤에 해운대 바다에서 시작하여
   바다 곁 방파제 길을 거닐다가 요트 경기장을 지나 수영천 다리를 건너는
   아름다운 봄날의 해운대 밤 산책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