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해운대의 밤은 깊어가고 본문
해운대의 밤은 깊어가고
아내와 함께하는 해운대 산책
해운대 그 바다에서
16년 전 아말피 해안에서 만난 푸른 지중해의 밤바다를 생각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따라
나지막한 푸른빛 노래가 귓전을 스쳐 지나간다.
아름다운 바다에서 아름다운 봄날의 밤을 만난다.
내 생일날, 저녁을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아내와 둘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해운대 밤 산책을 나섰다.
무료할 만큼 평온한 요즘 나의 일상 중에 아내와 저녁 산책을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결혼 전 아내와 데이트하던 그런 기분으로....
아내와의 산책하는 일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이따금씩 흘러나오는 흘러간 옛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울컥해지고,
예전에 비해 많이 여려지고 있는 나를 느끼는 것도 나이 탓일까?
소녀처럼 행복해하는 아내의 발걸음은 가볍고
아내를 바라보는 나의 발걸음도 바람에 날아갈 듯 가볍다.
요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모호하게도 나는 그 두 가지 현상의 중간에 서 있다.
궁핍한 것 같으면서도 궁핍하지 않고,
우울한 것 같으면서도 우울하지 않고,
무료한 것 같으면서도 무료하지 않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야망과 욕심을 덜어내고 나니
한결 마음이 부유해진 것이다.
언제나 나의 일상을 메우던 중요한 일들....
여행과 사진 찍기, 영화보기를 하지 않은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래서 블로그도 돌보지 않았는데도 그리 무료하지가 않다.
나의 운명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나의 일생 중 마지막 찾아오는 기회의 기차를 타기 위해
준비를 끝내고 풍경 좋은 플래트 홈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가벼운 바람이 부는 그 밤에 해운대 바다에서 시작하여
바다 곁 방파제 길을 거닐다가 요트 경기장을 지나 수영천 다리를 건너는
아름다운 봄날의 해운대 밤 산책길이었다.
'靑魚回鄕(부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대포와 몰운대의 노을 (0) | 2009.06.23 |
---|---|
다대포 낙조 분수 (0) | 2009.06.19 |
부산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 (0) | 2009.05.18 |
어느 봄날 자성대 공원을 산책하며 (0) | 2009.04.27 |
낙동강을 따라 흐르는 유채꽃 (0) | 2009.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