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원동 영포마을 매화축제 본문
원동 영포마을 매화축제
아내와 함께 가는 첫 봄 여행
일요일 아침
어제까지 짙은 황사로 덮였던 하늘이 푸르고 맑게 개였다.
아내와 난 며칠 전부터 완행열차로 떠나는 첫 봄 여행을 생각했었는데
바람은 세차도 하늘이 푸른 일요일 아침,
우리는 부전역으로 서둘러 나가서 순천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매화축제가 열리는 원동으로 향했다.
많은 등산객들과 원동 매화축제를 즐기러 가는 인파 속에 우리는 좌석에 앉아
초콜릿 하나씩 입에다 넣고 짧은 기차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 우리 연애할 때 자기 친구들과 삼랑진에 딸기 먹으러 갈 때도 이런 기차였지?
아내는 오래전으로 돌아가 아가씨 때처럼 살짝 들뜬 기분으로 웃음을 보였다.
기차가 낙동강을 따라 달리다가 드문 드문 매화꽃이 피어있는 원동역에 도착,
손을 잡고 플래트 홈을 건너는 육교를 넘으며 낙동강을 바라보며 역을 빠져나와서
역 앞에 서있는 배냇골 가는 마을버스에 올라 많은 승객들 틈에 끼어 영포마을로 향했다.
우리는 영락없이 총각, 처녀 때 데이트하러 가는 가난한 연인 같았다.
이런 여행은 승용차를 타고 늘 가던 여행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고 행복감을 주었다.
어쩌면 조금 더 불편해 보이는 이런 여행이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날이었다.
매화축제가 열리는 영포마을에서 내려 축제 현장을 잠시 둘러본 뒤
매화 산책로를 한 바퀴 돈 뒤, 장터나 축제마다 따라다니는 각설이 공연장 앞의
천막 식당에 앉아 각설이가 부른 구성진 노랫가락 들으며 장터국밥 한 그릇씩을
아침 겸 점심으로 맛있게 비우고 호박엿 한통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매화축제가 열리는 곳의 맞은편,
영포마을을 중간에 둔 맞은편 한가롭고 밝은 햇살이 드는 조용한 매화나무밭으로 가서
호박엿 하나씩 입에 넣고 아내는 매화나무 아래에 앉아 쑥이며, 냉이, 달래를 캐며
한없이 한가롭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풍경 속에 빠지고,
나는 매화꽃 아래를 거닐며 아름다운 풍경을 찾다가 쑥이 있는 곳을 찾으면
아내에게 여기 쑥 있다고 일러주고 쑥을 캐는 아내를 촬영하는 것으로 소일했다.
한가득 쑥,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캔 아내와 물 맑은 작은 개울가를 거닐다가
소박한 영포마을 돌담길을 거닐고 산수유나무 아래에서 폼을 잡은 아내를 촬영해 주기도 하고
바람 없이 햇살 맑은 신흥사를 돌아, 버스정류소 앞 마을 사람들이 파는 파전하나 시켜 나누어 먹고
마을버스를 타고 원동역으로 돌아와 역 광장 앞 벤치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기차를 기다리다가
오후 4시 반 열차를 타고 부전역으로 돌아와 역 앞에서 마중 나와 기다리던 큰 딸아이를 만나
부전시장에 들러 단골 횟집에서 도다리 회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행복한 첫 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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