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지리산 삼성궁의 봄 본문
지리산 삼성궁의 봄
개척자와 천수답
지리산 아래 삼성궁의 봄이 보고 싶었다.
2년 전 이른 가을에 한번 둘러보고 간 곳이였으나
마고성을 통하여 삼성궁으로 드는 길을 그 당시에 걷지 못했었고,
같이 봄을 찾아 여행길에 나선 토목쟁이 의동생과 함께 둘러 보고 싶은 곳이었다.
봄을 찾아 지리산으로 들었으나 그곳은 아직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어
꽃나무들이 아직 봄이 왔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숲 속 나무들 사이로 돌아드는 바람들이 차갑고 모질기만 했고,
봄 햇살도 구름속에 가렸다가 잠시 나왔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개척자와 천수답.
삼성궁의 돌탑사이를 거닐면서 동행한 그에게 물었다.
....며칠전 p실장이 서면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다가 내게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하더라.
예전에 나는 개척자였으나 지금은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같은
사람이 된 것 같다고...네 생각은 어떤데 ?...
....제 생각도 p 실장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척자로 돌아가기에는 지금의 현실, 국내외 모든 정세가 아니기는 하지만....
나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몇가지 변명거리를 가지고는 있으나 사실 그들이 바라보는
지금의 나는 분명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천수답임에는 틀림없다.
남들보다 앞서 가기를 원하고,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개혁적 성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나의 내면속의 또 하나의 나,
지독하게 보수적인 경향, 건축이라는 틀 바깥의 세상으로의 변화를 원하고 있지 않고 있음이 그것이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 곁에 머물며 나를 지켜보던 그들의 눈에 그리 보였다면,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나 스스로가 벌써 인지하고 있는 나를 그들에게 들켰을 뿐이였다.
이제 서서히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아래 삼성궁을 거닐며 그런 상념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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