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 매축지 마을의 겨울풍경 본문
부산 매축지 마을의 겨울 풍경
범일5동 매축지 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춰 선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존재하는 동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낡고 허물어진 집들이 곳곳에 늘려 있다.
발길이 닿은 길목마다, 눈길이 가는 골목마다 안쓰럽고 쓰라린 풍경들이다.
인기척이 끊긴 지 몇 년이 흘렀을 폐가,
곳곳에 '수도 급수전 직권 폐전'을 알리는 경고문이 붙은 대문, 방문을 담벼락 삼고,
새시 문과 새시문을 잇대어 난 골목 ….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마을엔 '세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많다'라고 들려줬다.
대부분의 집들이 부엌이 없고, 화장실이 없고, 나무(숲)가(이) 없다는 것이다.
5~10평 안팎의 집에 화장실과 부엌이 있을 리 없다.
화장실을 설치할 공간조차 없다.
달랑 방 하나뿐인 주거지가 많은 데 나무 심을 공간이 있겠는가.
많은 것 세 가지로는 빈집이 많고, 공동화장실이 많고, 노인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김길태 사건 이후 빈집을 정밀 조사한 결과 이곳에서만 무려 259채.
최근 부산시가 폐·공가 철거 대책을 시행하면서 발표한 폐·공가 통계 610채가 맞다면
무려 43%가 범일5동에 몰려 있는 것이다.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대부분 공동화장실을 이용한다.
서너 집이 함께 사용하는 재래식 공동화장실이 자그마치 91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5514명 중 1087명으로 19.7%에 달한다.
부산에서 연탄 소비량이 가장 많을 정도로 이 지역은 열악한 마을이라며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 간 인정은 살아있어 꼭 시골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 국제신문 <빈곤의 섬이 된 매축지 마을> 중에서...
부산에 오랫동안 살면서도,
그 마을 옆을 수없이 지나치면서도 매축지 마을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지나치다가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야 알고,
목욕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매축지 마을로 발길을 옮겼다.
오래전 어느 순간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풍경이 부산의 도심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빈 집들도 많고, 젊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나이 드신 노인들이 많이 거니는 모습이 있는,
어쩌면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 매축지 마을에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매축지 마을 문화공간도 만들고,
골목골목마다 다양한 벽화작업도 하고 운동시설, 휴게시설들도 만들어서
가난함 속에서 아름다운 희망의 꽃을 피우려는 그런 매축지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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