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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 망명지 송정바다의 2014년 겨울 본문

靑魚回鄕(부산)

하얀 망명지 송정바다의 2014년 겨울

SHADHA 2015. 1. 8. 09:11

 

 

하얀 망명지 송정바다의 2014년 겨울

1998년의 회상

 

 

그 후론,
하얗게 비어버린 주머니만 가진 사람이
까맣게 탄 가슴으로 와
하얀 하늘,
하얀 바다,
하얀 겨울 속에 한참이나 머물다가는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하얗게 염색되어 버린 가슴을 안고 돌아가는 하얀 망명지

송정 바닷가.


살려주마 라는

어떤 계시가 있을 거라는 기대로,

고운 모래바람이 날아

겨울 하늘로 돌아드는 길 참에

넋 놓고 망연히 선 자.

하얀 설움을 치고 도니,

가슴속으로만 스미는 눈물.


다 비어 버린 채,

가난해진 야망과 욕망과 꿈들이

11월의 하얀 바다 속으로 나날이 침잠하여 가고
수척해진 가슴에서만 채 다 털지 못한 미련 하나 남겨 놓았는데,

그 어떤 마지막 소망마져

오늘도 또 아니어서,


갈 곳이 없어져 가는 자의 운명

하얀 바다, 하얀 시간속으로

속절도 없이 흡입되어가서,

모래성쌓기, 허물기, 조각난 돌 맞추기, 던지기, 발자국 찍기, 지우기로

밤이 오길 기다리는 망명자.


바다새 지나간

하늘가로 흐르는 눈물.

...그래도 나는 내일 또 다시 할겁니다.


...shadha < 고백과 회상 >中 하얀먕명지 1998년....


1998년 IMF 경제위기로 심한 고통을 받을 때,

회사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와 가장 자주 달려온 곳이 해운대와 송정바닷가였다.

그때 해운대는 푸른 망명지,

송정바닷가는 하얀 망명지라고 명명했다.

IMF때 나와 같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통나무 전원주택 사업을 하던 P사장과 함께

고난을 이겨내고 재기를 위하여 울산에 P사장 측근이 다시 만든 회사로 올라가기 전에

아침 일찍 송정바닷가에서 만나 커피한잔 마시며, 은빛으로 부숴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밝은 희망을 꿈꾸었었다.

....몰락해가는 두 사업가가 나오는 TV문학관 보는 느낌이네...하며 농담도 주고 받는 여유도 부렸다.

그리고 같이 재기를 하자며 다짐을 하던 그 P사장은

내가 해운대에 작은 설계사무실을 다시 시작했을 때, 갑자기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떴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늘 밝고 낙관적인 표정으로 난관을 이겨나가자고 했으나,

사업의 몰락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던 그는 텅빈 집으로 돌아가서는 소주를 마시는 것으로

그 외로움과 몰락의 고통을 덜려고 하다보니, 간이 탈대로 다 타버린 것이었다.

 

새로 개장한 동부산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둘러보고 나오는 길목에 만난 송정 바닷가.

그때 느끼던 하얀 망명지의 느낌은 많이 옅어졌으나 포물선 백사장과 은빛바다는 그대로였다.

2014년의 겨울 송정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