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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운문천 건너편 가을 길을 거닐며... 본문

신라의 숨결(경북)

운문천 건너편 가을 길을 거닐며...

SHADHA 2015. 11. 5. 09:00

 

 

운문천 건너편 가을 길을 거닐며...

운문사 가을 산책 4

 

 

운문천 개울을 가로 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넜다.

 

보통은 운문 마을에서 운믄사 입구를 지나 솔바람 길을 걸어서 운문사 경내로 들어서고

나갈 때도 그렇게 나간다.

운문사를 올 때마다 솔바람 길을 걸으면서 운문천 그 건너편 풍경을 늘 바라만 보았었다.

하여 이번에는 그 운문천 건너편 길을 걸어 보기 위하여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니 커다란 은행나무 뒤로 고즈넉한 풍경이 눈에 들어 왔다.

스님들의 수행처....

열려진 낮은 목문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니 평화롭고 안락한 풍경이 펼쳐졌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이런 저런 나무들에서 떨어지는 낙엽들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목에 곱게 뿌려져 있다.

뜰에 장식처럼 마른 나무위에 올려진 모과의 향기가 모든 풍경속에 배이는 듯 했다.

 

땅에 낙엽을 가득 뿌려 놓은 아주 큰 나무 아래에서부터 운문천을 따라

오랫동안 아무도 걷지 않아 보이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추수를 하는 논 길도 걸으며 조용함과 평화로움, 부드러운 가을 햇살속에서 행복했다.

문득, 아내와 딸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행복한데

아직 아내가 일을 하게 하는 가난한 남편이고, 물려줄 유산도 없는 가난한 아버지가 되어서

미안하기만 하다.

 

운문마을로 넘어 오는 다리에 서서 한참동안이나 가지산, 운문산에서부터 흘러오는

가을 풍경을 가득 담은 강물을 바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