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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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날 청도읍성 산책
여름 휴가 여행 # 1
2017년 8월 5일부터 아내와 같이 여름 휴가를 가지게 되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먼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주변의 맛집들을 찾아 다니면서 맛있는 식사를 하기로 하였으나
아내는 그래도 가까운 곳으로 당일치기 기차 여행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하여서
8월 5일 토요일 부산역으로 가서 청도행 무궁화 열차표를 구입하였으나 미리 예매하지 않은 탓에
아내와 나는 통로를 중간에 둔 통로쪽 자리에 나누어 앉아야만 했다.
그래도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역 구내에서 고추어묵 튀김과 음료수룰 사서 기차를 탔다....
아내와 오래만의 기차여행이 잘못된 좌석 배치로 인하여 아주 불편한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열차 앞쪽에서 두번째 줄. 통로를 사이에 둔 양쪽 좌석.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거의 동시에 양쪽 창의 커튼들이 닫혀지기 시작했다...
부산역에서 출발 할 때는 동쪽 창으로 햇살이 조금 들어 왔으나,
기차가 북쪽을 향해 달리면서 햇살이 기차 뒷쪽에서 지붕으로 쏟아지고 있어서
창문쪽으로는 거의 햇살이 들어 오지 않는데, 양쪽 창쪽에 앉은 사람들은 미리 짠 듯이 창문 커튼을 닫았다...
열차 안 뒷쪽을 돌아보니 거의 모든 좌석에서 훤하게 열려진 창 밖으로 낙동강 풍경이 들어오는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아내가 앉은 쪽 오른쪽의 앞 좌석에는 남학생 2명이 스마트 폰 오락에 집중하기 위해 커튼을 닫았고,
아내 옆 자리 중년 여성은 커튼을 닫고 자는 듯 눈을 감고 있었고,
내 앞 자리 창가 쪽 청년은 좌석에 앉자마자 잠을 자기 위해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 헐레벌떡 달려와서 앉은 20대 초반의 약하게 생긴 청년은
한참동안 닦고 벗고 요란을 떨다가 이어폰을 귀에 꼽고 커튼을 닫았다...
우리 부부가 밖으로 쳐다 볼 수 있는 모든 창문들이 커튼으로 다 막혀 버렸다.
신기한 일이었다...하필이면 모처럼 기차여행을 하기 위해 온 우리 부부에게 어두운 시련이 온 것이다.
특히 여행을 하면서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속으로 들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여행이 되었다.
아내의 표정에서 실망스러운 표정이 읽혀졌다...기차여행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래서 옆 자리 청년에게 창문 커튼을 좀 열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
.....왜요 ?
.....양쪽 다 커튼이 쳐져 있으니 창 밖의 풍경을 전혀 볼 수가 없어서 그럽니다...
그 청년은 그게 왜 ?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는 기차여행을 할 때는 창 밖의 풍경을 보는 것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그럼 창 쪽 자리를 사지 왜 복도쪽 좌석을 샀습니까 ?
....나도 아내와 같이 앉고 싶었는데 좌석이 없어서 이렇게 떨어져 앉아서 가는 겁니다...
그 청년은 커튼을 조금 열면서 혼자 말로 중얼거렸다...
....에이 씨, 재수가 없네....
순간 나는 분노했다....뭐야 ? 뭐라고 했어 ?
나의 주먹은 쥐어졌고 눈은 힘을 주어 부라렸다...열차 내 승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크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나의 주먹은 그 교양도 없고, 배려심도 없고, 예외도 없는 그 놈에게 눈 빛과 함께 이미 날아가고 있었다...마음으로만.
그 비겁하고 옹졸한 녀석은 고개를 돌리고 나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아내가 나의 손을 잡았고..아내의 눈 빛은 참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밝은 빛을 싫어하는 박쥐같은 인간들을 종종 보게 된다.
환하게 열린 경치를 즐기기보다는 다 가리고 숨기고 어두운 자리를 만들어 잠만 자려는 인간들이 너무 싫다...
분노를 참지 못하여 객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와서 바깥 출입문 쪽 창 앞에 서서 화를 삭혔다.
아내와의 여름 휴가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앞섰다.
교양없고 몰상식하고 예의도 없는 박쥐같은 젊은이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미래라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내와 나는 그렇게 청도역에 도착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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