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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분지에서(대구)

망우당 공원의 가을 풍경

SHADHA 2016. 11. 16. 09:00



망우당 공원의 가을 풍경

대구 가을 산책 # 3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제 2 아양교를 지나는

화랑로 저 먼끝에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 진입로가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들과 둘러 앉아 따뜻한 밥을 먹어 본 지가 언제인지,

편안히 소파에 머리를 기대어 앉아 쥴리엣 비노쉬의 영화를 본 지가 언제인지,


낯선 여관방에서

밤새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

밝은 회색 하늘빛 드러날 때에

그리운 사람 만나러 오듯 서둘러 망우공원 낮은 등성이로 달려와서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잔,

하얀 벽과 붉은 스페니쉬 기와로 장식된 자주 들리고 머물던 파크 호텔.

후정이 바라다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중국관에서 즐기던

칠리소스 새우요리의 추억을 생각했다.


어느새 숲새로 빠져나온 청결한 햇살들이

혼자 서성이던 자 곁으로 다가와 밤잠 설친 눈을 삭혀준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수몰지구를 고향으로 둔

이향인移鄕人처럼

가고 싶어도 선뜻 내가 살아가던 곳,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

그곳으로 마음 편하게 갈 수 없다는 것이 아프다.


아침 안개가 다 걷혀 갈 무렵

금호강변으로 내려가는 좁은 산책길에

밤새 떨어져 쌓인 낙엽들이 슬퍼 보이고,

아침 가을 바람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낙엽들은

강을 향하고 있다.

밤새도록 강변을 지킨 낚시꾼들의 어깨쭉지 곁위로,

머리위로 날린다.

눈처럼, 비처럼...


그리고

아직 떨어지지 않고 겨우 매달려 있는 위기의 나무잎만이

나와 함께 금호강을 바라본다.

같은 운명으로....

 

...1998년 11월 shadha의 < 고백과 회상 中 대구로의 망명> 중에서....



나는 망우당 공원에 오면 1989년 IMF 외환 사태로 절망 끝에 섰던 그날들...

길고도 고통스러웠던 그 날들을 <대구로의 망명> 이 글로 표현했다.

아프고 아팠던 날들...

그 후로는 그때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망우당 공원은 나의 삶에서 기억될 중요한 장소 중 한 곳이 되었다.


하여, 그 가을의 뜰을 무념무상으로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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