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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22년만에 가는 제주도 본문

바다건너 섬(제주)

22년만에 가는 제주도

SHADHA 2021. 1. 4. 09:00

12월 27일, 오전 10시 40분, 대한항공을 타고 제주도로 갔다.

 

37년 전인 1983년 11월에 태어나서 처음 일본 후쿠오카 가는 비행기를 탔었다.

그 후, 일본 14번, 유럽과 오세아니아, 캐나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비행기를 타고 출장과 여행을 했으며,

서울로도 비행기 타는 출장을 자주 갔었다.

 

30년 전인 1990년에, 딸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왔었고,

22년 전인 1998년 여름에 사업주와 제주도 서귀포 신라호텔에 와서 자고 간 이후 22년 만에 제주도로 오게 된 것이다.

1997년 캐나다 여행을 끝으로 해외여행 가는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1999년 외환위기사태로 인한 사업의 파멸과 건강악화로 비행기를 탈 기회도 없었고,

담당의사도 가급적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권유하여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있다가 22년이 흐른 후,

2017년에 작은 딸과 함께 한 마카오, 홍콩 가족여행과 2019년 중국 계림으로의 가족여행부터 다시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사시는 집안 어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제주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흐린 날씨의 김해공항을 출발하여 구름 위를 날아서 비 내리는 제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2년 만에 제주도에....

가는 날도 비, 오는 날도 빗속이었다.

 

 

때론

달 대신 풍선을 하늘에다

매어달면 어떨까 싶다.

밤하늘에 잘 어울리는 빨간색이거나

하얀색 풍선으로,

하나님이 그 일을 좋아하실지

어떨지는 몰라도

그다지 힘들어 하시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시진 않으리란 생각을...

그래도 비행기는 하늘에 떠 있다.


1983년 11월. 첫 번째 비행.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탄다.
제주도도 한번 가 보지를 못했으니 처음 타는 비행기 여행이 된다.
두렵다. 하늘에 뜬다는 게 믿기지를 않는다.

그 첫 비행기를 타고 가는 곳이 지금껏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닌
저 바깥쪽 세상인 데다,
비열하고 교활한 왜놈들이 사는 나라여서 더욱더 두렵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시대여서 그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때,
어릴 적 늘 교육받았던 일본에 대한 인식이 성인이 되어도
쉽게 사그러 들지 않는다.
여우 같은 교활한 눈과 늑대 같은 음흉한 입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그래서 많이 두렵다.
비행기 타는 것이 두렵고, 일본으로 가는 것이 두렵다.

김해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유일하게 일본 후쿠오카행뿐이다.
통로를 중심으로 창쪽으로 두 칸씩의 좌석을 가진 비행기.
아주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의자 손잡이에 손을 꼭 고정시키고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하늘을 향해 오른다.
새처럼,
풍선처럼 오른다.
살며시 실눈 뜨고 내려다본 낙동강.
아! 나는 하늘에 있다.

따끈한 차 한잔과 함께 주어진 입국신고서.
한문으로 칸칸을 메우고 나니,
대마도를 지난다.

김해공항을 뜬 지 40분 후.
일본 영공.
몇 번씩이나 하카타 공항을 선회하던 날개 한쪽이
깊숙이 내려앉으며 하강을 시도할 때.
피에트 몬드리안의
회색 윤곽선들과 색과 면 같은
후쿠오카 평야의 광활한 그리드.
추수를 끝낸 평야 위에로 비행기 그림자가 뜬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그리고 후쿠오카 평야,
닮았다.
같이 쌀밥을 먹기에 닮을 수밖에 없나 보다.

다른 건
김치와 오싱꼬.

.... 2004년 <일본 서막>

 

소길리에서 바라보는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