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해인사의 뜰 본문

풍경소리 (山寺)

해인사의 뜰

SHADHA 2005. 6. 15. 23:25






해인사의 뜰
해인사 旅程記





나무야
너는 하나의 절이다.
네 안에서 목탁소리가 난다.

비 갠 후
물 속 네 그림자를 바라보면
거꾸로 서서 또 한 세계를 열어놓고
가고 있는 너에게서
꽃 피는 소리 들린다.
나비 날아가는 소리 들린다.
새 알 낳는 고통이 비친다.

네 가지에 피어난 구름꽃
별꽃 뜯어먹으며 노니는
물고기들
떨리는 우주의 속삭임
네 안에서 나는 듣는다.

산이 걸어가는 소리
너를 보며 나는 또 본다.
물 속을 거꾸로
염불 외고 가는 한 스님 모습.

....<나무 안의 절> 이성선....





























해인사 旅程記





1.밤을 경계하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의 터가 아닌 곳에서의 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살면서 다른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밤을
나의 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새웠건만
언젠가부터 나는
나의 터가 아닌 곳에서의 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쩌면 나이가 들어 가면서도
나의 혈액안에서 쉬지않고 꿈틀거리는 충동,
또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정열을 감당치 못함도 있고
낯선 침대에 홀로 누워 잠든다는 것 또한 싫은게다.

그래서 먼 설악산行이거나하면 모를까
나의 터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면
다음날 아침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 가더래도
무조건 나의 터로 가는 습관을 들였다.

요즘 일주일에 삼사일을 머무는 대구에서는
밤의 애뜻한 어떤 유혹이 있어도 뿌리치고 귀환했다.

그런데 6월4일 밤에는 부산으로 귀환하지 않고
88고속도로를 달려 해인사로 향했다.

늦은 밤 도착한 해인사.
숙소부터 정하고 저녁을 먹자는 동행인을 설득하여
해인사 경내로 향했다.

...지금 들어가면 문이 다 닫겨서 차도 올라 갈 수도 없고
경내에도 들어가기 힘듭니다.
절까지 왕복 10KM가 훨씬 넘는데 내일 아침에 갑시다...
...그래도 가 봅시다..

동행인의 우려와는 달리 해인사로 드는 3개의 문이 다 열려있어
차로 해인사 경내 입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참, 신기하네
부처님이 사장님 오신다고 문을 다 열어 놓으셨나 ?

깊은 밤 적막속에 드는 해인사 경내를 그리 걷고 싶었다.
밤에 비친 가야산의 그림자아래
마지막 예불이 끝난 산사에 바람이 들고
그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참으로 청아하다.







2. 가야마을의 밤

깊은 고요속에 든 산길을 돌아 가야마을로 내려오던 중
참숯찜질방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드니
밤 10시에 영업이 끝난다하여 찜질하기를 포기하고
대신 야외에서 참숯불을 피워 석쇠를 얹어놓고 구워먹는
멧돼지고기에 찹쌀수제비 한그릇으로 늦은 저녁을 했다.

...24시간 찜질방하면 좋을텐데 왜 안하십니까?

숯불을 피워 석쇠를 얹어주고는 고기를 구워주던 주인,

...손님이 없어요. 그래서 종업원을 둘 처지가 못되서
집사람과 둘이서 하는데 10시까지 하는 것도 피곤합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위를 맴돌던 눈이 예쁜 강아지 한마리
숯불곁에 다소곳이 앉았다.

밤이 깊어 갈수록 어둠속에서 점점 더 커져가는
온갖 벌레소리가 천둥치는 듯 하다.

가야마을 우회도로가 있는 언덕위 작은 여관에 들었다.
예전에는 늘 해인사 관광호텔로 갔으나,
남자만 둘이하는 하룻밤인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각자 방을 얻어 동행인을 먼저 쉬게하고
혼자 횅하게 빈 낯선 가야마을 밤 산책을 했다.

인적이 끊힌 언덕아래 작은 거리에
아직 불꺼지지 않은 소박한 네온사인과 가로등만이
묘한 향수를 느끼게하는 쓸쓸함을 준다.

이내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으나
밤 12시가 넘고 1시가 넘고
2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를 않는다....






3. 가야마을의 이른 아침

이것 저것 갖은 생각속에 들다 슬며시 잠들었는데
어쩌다 눈을 뜨니 새벽 4시가 갖 넘은 시간.
한시간가량을 침대에서 뒤척이다 씻고 옷을 다 챙겨입고
다시 언덕아래 가야마을로 나와 이른 산책을 시작했다.

속이 쓰려와서 자판기 커피한잔에 우유를 하나 더 뽑아
섞어마시며 낯선 거리를 천천히 걸을 때
거리의 한편에서 하얀 김이 연통을 타고 뭉글거려
다가가보니 작은 방앗간
유리창 너머 나이든 아들과 할머니가 송편을 쪄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할머니가 웃으며 들어오라 손짓했다.

...여기 사람 아니네, 어디서 왔소 ?
...부산에서 왔습니다.
...에이고, 멀리서도 왔네. 뜨끈한 송편하나 드소.

할머니의 아들이 김이 모락모락나는 떡판에서
쑥으로 만든 초록빛 송편,
당근으로 만든 붉은빛 송편,
그리고 하얀색 송편까지 종류대로 다 내준다.

...송편은 조금 식어야 제맛인데..

방앗간의 할머니와 그 나이든 아들의 친절이 고맙다.
동행인에게 주기 위해 송편을 조금 사서 방앗간을 나왔다.

아침 6시 반
우리는 다시 해인사를 향해 차를 몰고 올라가
6월5일 해인사의 첫 방문객이 되었다.





4. 이른 아침에 山寺를 홀로 산책하는 女人

가야산에는 뿌연 안개가 하늘을 향해 오른다.
맑은 이슬들이 떠오르는 햇살에 기화되어
하늘로 오르는 광경.

밤을 지새운 아침빛은 눈부시도록 환하다.
그 빛이 너무 강하여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다.

여기 저리로 구석 구석 산책하며
햇살이 좀 더 중천으로 떠오를 때까지 구도만 잡았다.

해인사의 맨 뒷편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각>은
8시가 되어야 문을 열고 들 수 있었다.

8시가 될 때까지 해인사의 서측 언덕,
해인사와 장경각이 한 눈에 드는 소나무숲 아래에 앉아
몇가지 사념에 빠져들 때
바람결에 아직도 남아있는 꽃잎들이
나비처럼 펄럭이며 하늘을 날다 떨어진다.

오전 8시
장경각의 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그안으로 들어섰다.

다른이들이 장경각으로 들기도 전에
유독 한 눈에 띄는 여인이 들어섰다.

차분하고도 진지하게,
눈과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여인은
우리의 문화 유산앞에 조용히 머물러 섰다.

얼마후 원당암을 돌다 미소굴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하늘에 걸린 푸른빛에 빠진 풍경을 바라볼 때,
그 여인이 미소굴의 아름다운 언덕길을 내려왔다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환하게 웃어준다..
우리는 이미 구면이였기 때문이다.

일어나서 원당암 언덕길을 내려오다 돌아보니
그 여인은 내가 앉았던 툇마루에 앉아
내가 보던 하늘에 걸린 풍경을 보고 있었다.

다시 흐르는 시간속에 여기 저기 사진을 채집하다,
해인사로 드는 맑은 시냇물소리가 들리는
원당교 다리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배한대 피워물고 그늘밑 바위에 앉았을 때
그녀는 다시 나와 세번째의 우연한 만남을 가졌다.

서로 마주보고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 여인은 나의 앞을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속절없이 지나치고
나는 그대로 앉았는데
나의 눈길은 나도 모르게 그 여인을 따라가고
다리를 건너던 그 여인은 다시 뒤돌아 보며
미소지어 준다.

해인사의 이른 아침에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닌데 세번씩이나 마주쳤다.

참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보이는 외모보다 그 마음과 향기가 아름다운 여인..
이른 아침에 홀로 진지하고 조용하게 산사를 산책하고
우리의 문화 유산을 탐미하는 그 멋스러움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풍경소리 (山寺)'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山寺 해인사 원당암  (0) 2005.06.15
원당암 미소굴  (0) 2005.06.15
가야산 해인사  (0) 2005.06.12
해인사 팔만대장경  (0) 2005.06.12
해인사의 향기  (0) 200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