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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경주 반월성에 핀 꽃 본문
경주 반월성에 핀 꽃
일상에서의 작은 탈출
동부사적지구의 벌판에 핀 꽃무리에
유혹당해 발길을 멈추었다가
일탈한 밤.
토함산 너머 기림사 뒷편으로 난 산길따라 오르다가
포항 경계선이 있는 산정의 현장 답사와
포항 가는 길목 안강에 있는 전원주택 마을 부지,
비슷한 위치에 있는 2개의 사업 분석 의뢰를 받고
답사지 위치를 검색하다가 이미 일탈을 생각했었다.
그래서 따라나서겠다는 사람들을 따돌리고
혼자 차를 몰고 동해안을 따라 경주로 향했다.
울산을 지나 정자해변으로 드는 산길을 돌고
오랫만에 감포로 가는 바닷길을 폭염속에 달렸다.
바다와 여름 경치
태양빛이 온통 하얗게만 느껴져 현기증이 나는 듯했다.
운전을 하는 동안 순간적이거나, 또는 지속적으로
알베르 까뮈와 알제리의 해안, 그리고 오랑
異邦人과 뫼르소를 생각했다.
1차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문무왕릉과 감은사지에서 발길을 멈추었고
다시 기림사에 먼저 들러 오랜 역사속으로 들었다가
업무상 1차 목적지 현장 답사를 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다시 한국의 둔황 석굴사원 골굴암에 올라 머물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려 한다.
일행들과 같이 움직였으면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와
두군데 현장 답사만 하고 후다닥 내려 갔으면
벌써 부산으로 돌아 갔을 시간...
그게 싫어서 혼자 오기는 했지만
아직 안강 현장 답사를 하지 못한 상태여서
토함산을 넘으며 가벼운 고민을 시작했었다.
경주에서 그냥 하룻밤을 잘 것이냐 ?
부산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올라 오느냐 ?
나이가 들면서 묘하게도 귀향 본능이 생겼다.
조금 더 젊었을 때는 일부러 외박꺼리를 만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집이 더 편해진 것 같다.
일상 탈출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인지...
그럴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혼자 밤을 보내야하는 외로움이 싫은 것인지...
보문호곁을 지날 때 결론은 집으로 돌아가자! 였다.
그러나 첨성대옆 동부 사적지구곁을 지날 때
오른쪽에는 넓은 벌판에 노랗게 붉은 꽃무리가...
길 건너 왼쪽으로는 큰 연꽃들이 만발하여
남쪽으로 아직도 먼 길 가야 하는
나그네의 발목을 잡았다.
해 질무렵 그 장관앞에 머물러 섰다가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내어 지르면서
그 풍경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남쪽으로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지붕없는 박물관 경주와 동침 약속을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