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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C16 여행지에서 생긴 일...루체른의 히어로 본문

알렉산드라의 아침

C16 여행지에서 생긴 일...루체른의 히어로

SHADHA 2004. 1. 23. 20:26




S W I S S




여행지에서 생긴 일......루체른의 히어로







여행중에는 뜻하지 않은 많은일을 겪게 됩니다.
세월이 꽤나 지났는데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스위스 루체른에서 있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스위스 가이드 할머니와 싱가폴 여인 친.
여행후 주위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었던 부분과
저 혼자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으려합니다.

스위스 여행은 당초 유럽 여행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
출발전 갑자기 넣게 된 스위스에서의 이틀.
취리히에서 하루를 보낸, 우리는 숙소인 알렉산드라 호텔의 지배인에게
하루만에 다녀올 수있는 가장 좋은 코스를 추천받았습니다..
그 곳이 바로 취리히 중앙역앞에서 출발하는 엥겔베르그와 티틀리스,
그리고 루체른行 관광버스였습니다.
영국인들과 러시아의 미녀, 홍콩 남자들과 싱가폴 아가씨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하는 여행.

취리히를 출발하여 스위스의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보며 루체른을 거쳐
엥겔베르그 그리고 티틀리스 산정에서의 점심식사.
다시 내려와 루체른에서의 마지막 관광이 시작되었습니다.
버스에서 다 흩어져 정해진 약속시간에 버스로 돌아오는..
지금까지는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잘 진행되었었습니다.

우리 일행도 다 각자 흩어져 개인적인 산책과 쇼핑을 즐겼습니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고  사람들은 하나 둘씩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창이 큰 커피숖에서 나와 버스를 타니 우리 일행중 두사람은
이미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한사람이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오분쯤이 지나니 모든 관광객들이 다 돌아 왔는데,
우리 일행중 한사람과 러시아 미녀 그 두사람만이 돌아 오지 않아
우린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 둘이 눈이 맞아 같이 어디로 간거 아냐?
앞좌석에 앉은 영국인 연인들도 그렇다며 낄낄거렸습니다.
다시 10여분이 지나 러시아의 여인이 돌아오자 모두 박수를 치며 반가워 했으나,
나는 초조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버스가 떠날 시간이 15분이상 경과된 시간.
시간과 규칙이 철저한 스위스 가이드 할머니의 밝았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며
초조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절부절 못하는 스위스 가이드 할머니와 나는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뛰어 다니며
우리의 일행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보이지를 않습니다.

버스로 돌아오며 가이드 할머니는 큰일 났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어 쉽니다.
이미 약속시간 30분이 훨씬 넘어 버린 시간.
시간약속이 철저한 외국인들과 다른 스케쥴이 잡혀있는 외국인들의 표정이
전부 어두워져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안절부절 못하던 가이드 할머니는 내게 어떻하면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때문에 다른사람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그로하여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나빠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호수건너 멀리 루체른 중앙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You're Bus, Go ZURICH. I'm waiting my friend.

문법이야 어떻든 대단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가이드 할머니는 금새 반색을 하며 thank you를 연발하면서도
걱정이 되는지 기차역을 가르키며 기차를 타고 오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버스를 다시 타서 우리 일행 두사람에게 먼저 취리히 호텔로 돌아가라 이르고
윗도리와 카메라만을 들고 혼자 버스에서 내리려 할 때.
그 여행중 줄곳 버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던,
그래서 자주 눈이 마주치고 웃음을 나누던 싱가폴 아가씨 친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 고개를 돌리니, 걱정스런 표정으로
..GOOD LUCK ! 이라 말해줍니다.
아주 서툰 영어실력때문에 영화처럼 멋있는 이별의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저 씨익 웃으며 호기를 부렸습니다.
...No Problem. Don't worry.

버스입구에서 돌아서서 모든 일행들에게 미안하다며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걱정스러워하는 격려의 눈길을 받으며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버스 앞에서 스위스 가이드 할머니는 내 두손을 꼬옥 움켜잡고는
...You're very,very gentle man.이라며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취리히로 가는 직선길을 향해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했고,
나는 홀로 남겨진 채 우체국앞 스취와넨 광장에 쓸쓸히 서 있었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예상치 못했던 혼자됨.
약간의 두려움이 밀려오는 순간, 머리속에 또 다른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차라리 잘됐다..루체른을 좀 더 둘러 볼수도 있고,기차여행도 즐길 수 있으니..오히려..

홀로 남은 광장 중앙에 서서 다시 주위를 둘러 볼 때.
낯익은 얼굴이 손에 쇼핑빽을 들고 뛰어 오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
...먼저 가라 그랬습니다. 우리때문에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 없었습니다.
...한시간도 못 기다려 준답니까?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스위스 아닙니까?
그의 얼굴에 검은 절망의 그림자가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걱정마세요.기차표 끊어놓고 천천히 더 놀다갑시다.

순간 한참을 가던 버스가 돌아오고 있는것이였습니다.
출발해놓고도 걱정이 되던 가이드 할머니가 뒷차창까지 와 계속 광장을 지켜보다
아스라히 그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버스를 돌렸답니다.
길게 늘어진 직선길이였기에...

우리는 그렇게 다시 버스를 탔습니다.
한편으로 안도감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루체른을 더 둘러볼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버스의 중앙 통로를 걸으며 연신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표시하고 자리에 앉으니
환하게 웃어주는 싱가폴 여인 친...good fortune !

버스는 다시 출발을 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스위스의 전경들이 겨우 느껴질 무렵.
가이드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무사히 여행을 마쳐서 다행입니다.
  우리 전부를 위해 혼자 루체른에 남겠다고 한 우정이 깊은
  한국의 젊은 신사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그는 이번 여행의 히어로입니다.
  우리 일행은 참 좋은 팀이였습니다.

버스내의 모든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돌아보며 박수를 쳐 주었으나,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함과 함께 무안함이 얼굴로 밀려와 벌겋게 달아 오르기만 할 뿐이였습니다.
친의 눈길이 내 머리에 머물러 있음을 느끼어 더욱 더 그러했습니다.
우리 일행의 코리안타임 습성으로 하여 히어로로 칭찬받는다는게
더욱 더 부끄러운 일이였습니다.

취리히 중앙역앞에서 해산을 하며 가이드 할머니와 저는 격렬한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빨간 자켓입고 스키를 즐기던 그 멋쟁이 스위스 가이드 할머니.


짧은 순간이였지만 깊은 추억을 남긴 루체른이였습니다.

부드러운 봄비가 수채화처럼 내리던 취리히의 저녁.
취리히 중앙역 맞은편 반호프 거리가 시작되는 쵸코렛 가게의 화려한 쇼우 윈도우 앞에서
빗방울에 번져 수만개의 빛나는 보석같은 불빛속으로부터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싱가폴여인을 보았습니다.

육개월뒤 문제를 일으켰던 그와 나는 다시 싱가폴의 웨스트 비치에 앉아
랍스타와 중국식 양념으로 조리된 게요리를 먹고 있었습니다.
싱가폴에서....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그의 모든 여행에 저와 동행을 하려 했고,
우리는 같이 여행을 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작년 가을 재혼한 그의 유럽 신혼여행.
그 신혼여행길에 제가 같이 가 주길 원했고 거기에 소요되는 여행경비 전부를 자기가 부담하겠다하여
여행스케쥴잡고 비행기 예약 끝내고 호텔 예약까지 다 끝내었는데..
갑자기 바빠진 저의 회사일로하여 저는 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해운대 찰리스에서 저녁을 같이 하는 날.
...여행 즐거우셨습니까?라고 묻는 내게
시쿤둥한 표정으로 그의 신부가 입을 엽니다.
...신혼여행이 아니고 싸움여행이였어요.
  간 길 또 가고, 가면 또 그 길이고, 이렇게 길 못찾는 남자 처음 봤어요.
  혼자 어디가서 돌아오지도 않고,
  고생, 고생 말도 마세요..
  이사람하고 아니더래도 다음에 제가 다시 신혼여행 갈 일 생기면 그땐 꼭 같이 가주세요.
(그들부부 결혼전 캐나다 여행을 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뭐야 !.....
...자기는 두번째 신혼여행이잖아..
  나라고 두번째 신혼여행 가지 말라는 법 있어요?.
  그러니 나한테 잘해요.

취리히와 루체른에 남긴 추억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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