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R A C E
어느 늦여름 도서관에서
08/31
요즘은 늘 바람이 부니 좋습니다.
저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유랑하고 싶습니다.
'정착'과 나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늘 떠날 것입니다.
늘 떠나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로운 곳을 꿈꾸며 방랑할 겁니다.
점점 내게 다가오는 자유를 맞으며 설레입니다.
또 눈물을 흘리겠지요. 자유에 대한 감사함 때문입니다.
또 눈물을 흘리겠지요. 자유를 동반할 고독 때문일 겁니다.
바람을 기억합니다.
저만치서 온몸을 돌아 다시 저만치로 불어가는 바람을 기억합니다.
거기엔 이미 내가 아닌 내가 있습니다.
문득 재수했던 이맘때가 생각나는군요.
그 때도 이와같이 도서관에 앉아 있었지요.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면 제일 먼저 들어가 도서관 제일 안쪽,
창을 마주하는 자리에 앉았었습니다.
그 창이 없었다면,
창 너머 숲을 바라보며 방랑을 꿈꾸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 때와 같이 도서관에 앉았습니다.
비록 창은 없지만 높은 천정 유리로 들어오는 밝은 자연광과
저 가을이 오는 소리는 작은 기쁨이 됩니다.
또 언젠가 오늘 이 자리를 기억하며 어딘가에 앉아있을 나는
또 떠날 것을 꿈꾸겠지요.
세상 끝에 이르도록 이 발이 닳고 닳도록 늘 떠날것입니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는 듯 하네요.
눈 앞엔 파란 하늘과 끝없는 들판이 있습니다.
들판 가운데 내가 서 있군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오직 하늘과 땅과 바람과 나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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