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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GRACE13 어느 늦여름 도서관에서 본문

詩와 여행

GRACE13 어느 늦여름 도서관에서

SHADHA 2004. 1. 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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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R A C E




어느 늦여름 도서관에서

08/31





요즘은 늘 바람이 부니 좋습니다.

저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유랑하고 싶습니다.

'정착'과 나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늘 떠날 것입니다.

늘 떠나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로운 곳을 꿈꾸며 방랑할 겁니다.

점점 내게 다가오는 자유를 맞으며 설레입니다.

또 눈물을 흘리겠지요. 자유에 대한 감사함 때문입니다.

또 눈물을 흘리겠지요. 자유를 동반할 고독 때문일 겁니다.

바람을 기억합니다.

저만치서 온몸을 돌아 다시 저만치로 불어가는 바람을 기억합니다.

거기엔 이미 내가 아닌 내가 있습니다.


문득 재수했던 이맘때가 생각나는군요.

그 때도 이와같이 도서관에 앉아 있었지요.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면 제일 먼저 들어가 도서관 제일 안쪽,

창을 마주하는 자리에 앉았었습니다.

그 창이 없었다면,

창 너머 숲을 바라보며 방랑을 꿈꾸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 때와 같이 도서관에 앉았습니다.

비록 창은 없지만 높은 천정 유리로 들어오는 밝은 자연광과

저 가을이 오는 소리는 작은 기쁨이 됩니다.

또 언젠가 오늘 이 자리를 기억하며 어딘가에 앉아있을 나는

또 떠날 것을 꿈꾸겠지요.

세상 끝에 이르도록 이 발이 닳고 닳도록 늘 떠날것입니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는 듯 하네요.

눈 앞엔 파란 하늘과 끝없는 들판이 있습니다.

들판 가운데 내가 서 있군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오직 하늘과 땅과 바람과 나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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