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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오정순13 음덕 본문

줄의 운명

오정순13 음덕

SHADHA 2004. 1. 27. 12:44
음덕

11/10






사람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음지에서 자란 콩나물의 고마움을 아시나요.

어느 날 창 가에 가까이 놓아둔 콩나물의 대가리(?)가

파랗게 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초록의 본성을 억제 당한 콩나물 같은 인생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식물의 본성은 초록잎을 내고 자라는 것인데

인간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성장의 억제와 빛을 차단했으니

콩나물로서는 참담한 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콩나물도 땅에 뿌리내리고 물 빨아 올리고

검은 보자기에서 해방되면 초록잎을 내며

자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딘가에 있을 억압당하는

생명에게 열매의 계절에 연민이 솟습니다.  


남 앞에 버젓하게 이름 한번 내걸지 못한

많은 한국의 어머니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음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일입니다.

갑자기 글이 어두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파리나 스페인의 도시를 거닐 때에 그들의 자연스러운 몸짓과

안정된 표정을 보면서 뼈저리게 우리네 여성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건물만 보다가 거리와 사람을 보니까 느낌이 완연히 다릅니다.


집 사람 나무가 고루 갖추어 질 때 비로소 우리는 풍경을 느끼게 되지요.

우리 안의 마음의 풍경은 주로 집 사람나무로 내재되어 있습니다.

품어주는 공간,

자라는 것의 상징, 자신의 실체로.사람들은 그려냅니다.

집도 사람이고 나무도 사람이고 사람도

사람이나 그리면서는 서로 다른듯 착각하며 그려내며

무수히 많은 그림을 그려도 제 각각 다른 풍경을 그려냅니다.  


나는 파리 사람의 내면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드러난 도시의 풍경과 판이하게 다르리라는 생각을 하니

다소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저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장담할 수 있으므로....

드러난 것이 화려하면 감추인 어둠이 짙고

드러난 것이 자연스러우면 내면이 비교적 정돈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다양하게 눈으로 만지듯 감상 할 수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편집 솜씨에 감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