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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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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36 가장 아름답게 취한 기억의 장소-일본

SHADHA 2004. 1. 29. 21:54


오 정 순




가장 아름답게 취한 기억의 장소-일본

01/15






밤이 깊다.

내일 길 떠나야 한다.

오랫만에 순정한 마음이 되어 문 리버를 흥얼거린다.

내가 언제 멋지게 취해보았지?하고 묻는다.
삿뽀로 눈축제가 있을 때, 그곳을 떠나오면서 신간셍 안에서 삿뽀로 맥주 한잔에 나는 시인이 되었다.

입을 열면 말이 아니라 시가 흘렀다.
웃음도 따라 나들이 하던 날이다.

그렇지.
그 땅이 나에게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어.

삼나무 숲에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아무도 몰래 지긋이 눌러 흐르지 못하게 했어.

난 왜 아름다운 것 앞에서 눈물이 나는지 나도 몰라.
아름다운지 잘 모르는 사이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기도 해.

그래, 일본에서도 여러차례였는데....

이제야 마음이 열리는구나.

기억 속의 우동국물이 정서의 땅에 스미기가 이렇게 오래 걸리나?

정원을 바느질 하듯 다듬는 나라에서
나는 경외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인사를 했고
내 인사를 받은 정원사는 그렇게 진지하게 인사를 돌려 주었지.

좋은 말만으로도 못다채울 자리

그러자.

좋았던 것은 좋았다고 말하고

그래도 용서되지 않는 민족적 앙금은 남아있다고 말을 하자.

아프다.
막고 살기가.
부분으로 전부를 매도하기가.

가슴이 환해지도록 그대로 두자.
오늘은 가슴이 환해지는 축제날이다.

내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한강의 물은 보이지 않는 밤이라도 나는  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아직도 양평으로 가는 승용차의 꼬리가 길다. 불빛이 꼬리를 물고 흐른다.
나도 흐른다.
술이 없이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날 같이 아름답다.

잠이 들지 않으니 낮에 본 새떼들이 궁굼하다.
새들은 어디서 깃을 오므리고 잠들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