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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han14 언젠가는 떠나기 위해서 사는 곳. 본문

마르지 않는 여정

silhan14 언젠가는 떠나기 위해서 사는 곳.

SHADHA 2004. 1. 31. 22:07


sil-han


언젠가는 떠나기 위해서 사는 곳..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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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소도洞.
오직 광산 취업만이 살길인 광산 마을엔 남편이 광산사고로
사망을하고 자녀들 4남매가 모두 집을 나간 홀어미도 살고 있다.
병이 깊어 기동도 불편하다.

또 연로한 아버지와 어린 딸이 어려운 생계를 꾸려 나가는 집도 있다
그리고 광부생활 10여년 만에 규폐증 환자로 판명 되어
남편은 병원에 입원하고 부인은 어린 남매를 돌보며 병석의
남편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참담한 가정도 있다.

어쨌든 이 마을 사람들은 떠나기 위해 살고 있다.
아직은 떠날 곳이 없어 머무르고 있지만 평지사회에서 실패한,
그래서 발붙일 곳이 없어 알몸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돈을 벌면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간혹 3~5년 열심히 벌어서 1천만 원의 목돈이라도 거머쥐면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발목이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가정이 더 많은 듯 했다.

"광산일 10년이 넘으면 규폐증이 무섭고 또 퇴직 후가 큰 문제입니다."

'동해광산' 근로자 정관수씨의 소망이었다.
1년 중 겨울이 아홉 달이나 된다는 소도 9통 마을
10월이면 벌써 첫 눈이 내리고 초여름인 5월까지도  
골짜기의 눈이 녹지 않는다는 이 가파른 광산마을에도
끈질긴 생명의 불씨는 지금도 안으로, 안으로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값싼 고급 탄이 수입되고 석유 값이 내려도
오직 한겨울 연탄 열기는 식지 않듯이....

이제, 이 검푸른 광산마을을 뒤로 하고 나도 가야하는데...

        1994.11. sil-han.

       《상큼한 방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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