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han
쾌활(快活)한 오월...Re:벽오동 심은 뜻은..
05/26
푸른샘 님. 가득 채워져 있으면서도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길 풍경을 까르르 젊은 여성들이 흔들고 지나갑니다. 앞서가는 여성의 하얀 다리가 육감적으로 도전해 오는 싱그러운 오월의 거리. 거리는 햇살모양 피어오르고 먼 하늘과 공원길을 건너온 푸른 바람이 가슴을 씻어줍니다. 색감을 강조한 마티스는 자기 아내를 녹색으로 그렸다지요?
푸른샘 님. 서울엔 비가오고 난 뒤 하늘이 맑고 선듯한 바람까지 붐니다. 따듯한 차라도 한 잔 들고 상큼한 한 주를 시작하면 좋겠지요? 정지용 시인의 시 한 편 드립니다.
오월(五月) 소식(消息) - 정지용 -
오동(梧桐)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 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 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記憶)만이 소근소근거리는구나.
모처럼만에 날아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어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快活)한 오월(五月)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順風)이 되어, 하늘과 딱 닿은 푸른 물결 위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틱을 찾아 갈까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자를 알으키러 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風浪)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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