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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아스라76 쓸쓸한 회상 본문

아스라의 첼로

아스라76 쓸쓸한 회상

SHADHA 2004. 2. 8. 20:24


아 스 라



C03



쓸쓸한 회상

10/14  






푸른숲의 밝은 환상과
여울소나무의 우울하고 저릿한 회억,
그리고 샤드하님의 멋진 편집력이 응집된 칼럼을 읽으며
한없이 슬픈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푸른숲님의 '바람부는 섬'과 '그리움',
'내 마음에 흐르는 강'을  
여울 소나무님의 선율을 따라나섰다가
그만 바다에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푸른숲님의 블루가 낯설지 않답니다.
전에 여울소나무님의 방에서 많이 낯이 익은 까닭이지요.
가을, 덧없이 가는 이 진공의 방에서
샤토브리앙 백작과 뒤라스 부인의 사랑을 꿈꾸게 하는군요.
재가 되어 흐르는 분홍색 꽃 한 다발을
숨죽여 흐르는 보라색 강물 위에 띄우게 하는군요.

억새마냥 사각거리는 파도의 꿈,
섬은 멀고 바람은 언제나 떠났던
그 섬을 향해 불어옵니다.
'내 가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다른 가슴을 찾아 헤매이던'그 바람 소리를
아프게 기억하면서.

'후박나무꽃이 비밀스레 피어나는 그 숲'에
백작의 고독한 꿈이 얼룩져 있었군요.
'강물은 지나가지만 바다는 남는' 마지막 폐허의 기슭에
뒤라스 부인에게 보낸 삼나무 한 그루 쓸쓸히 자라고 있었군요.


새벽, 첫 발자욱
그것은 새의 발자욱이었을까?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상처난 욕망의 날개.
그랬다.
새벽은 늘 열려 있었다.
푸른 장막을 두른 고요한 숨소리를 안고
사각사각 모래알처럼 밟히곤 했다.
무엇이 상처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으랴.
오롯이 그 상처 안에 고이는 영롱한 사유의 가시덤불,
장미꽃보다 진한 선혈 한 줌,
그대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 주었듯이...
이 새벽에 살아서 너를 볼 수 있음이 기쁘다.
상처를 헤적여 다시 모래펄로 나갈 수 있는
은둔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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