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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푸른샘132 그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 본문

깊고 푸른 샘

푸른샘132 그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

SHADHA 2004. 2. 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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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샘




그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Re: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07/29










Shadha님,

누구의 음악사를 읽으면서 나역시 나의 귀를 스치고 가슴 저 바닥에 차곡히 가라앉은 노래들을 회상해 봅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엄마를 떨어지기 싫었던 시절, 외갓집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홀로 엎드려 듣는 라디오의 창, 아마도 심청가나 흥부가 한 마디였을까? 어찌나 가슴을 저미는지 훌쩍훌쩍 울기도 했었지...

그러다가 초딩 사오 학년 때 처음으로 친구 오빠가 라디오에서 잘 듣던 노래, 성재희의 '보슬비 오는 거리에...'나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를 청승스레 따라부르기도 했었지요.

중학생이 되고는 큰 오빠가 자킷을 사모으면서 낫킹 콜의 '투 영'을 시작으로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인가?
비닐 카바 노트 하나에 빼곡히 가사를 적으며 불렀죠. 그 때 이후로 역시 난 올드 팝이 가장 좋답니다.

대학에 가니 존 바이스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나 휘파람이 섞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멋지게 부르는 통키타 맨들이 나타나고...
He6의 '바닷가의 추억'을 들으러 생맥주집에 원정가기도 했느니. 또 잠시는 요들 송에 빠지기도 했지요.

요즘은 노래방에 가면 뒷자리에 앉아 손바닥이나 치지만 얼마전 18번은 역시 'Can't help falling in love'였지요.
구구 절절하던 가사가 이젠 시들하다면 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It's now or never'는 울 학교 최고의 명가수와 두엣으로 불러서 앵콜을 받은 우수작. 전체 직원들 속에서 그 한 곡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항상 좋아하는 것은 멘델스죤, 차이코프스키, 부르흐의 바이얼린 협주곡. 요즘은 백건우 독주회에서 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을 차에서 계속 듣지요.

뉴 에이지나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마시는 건 괜찮지만 글을 쓸 때 방해되는 음악은 좋은 음악이 아니라고 여기는데...
마야의 '진달래꽃'을 열심히 듣는 것은 드럼 연습삼아서인데 듣을수록 가사나 리듬이나 감정이 다 좋네요.

김동건 아나의 '가요무대'를 좋아하는 나이가 되면 글쎄요...
거진 끝장이 다가온 것 아닐까 하는데... ㅎㅎ  그래서 내린 결론 봄날은 갔다. ㅜㅜ


아직도Shadha님께 슬픈 발라드가 달콤쌉쌀하게 들린다면 아마도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그 음악의 끝도 희미해지고 단지 고요만이 귓가를 맴돌 때 우리의 통증은 사라지겠지요.


2003.7.27


음악으로는 살을 베이지 않는 푸른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