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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해 질 무렵 청도驛 본문

신라의 숨결(경북)

해 질 무렵 청도驛

SHADHA 2006. 7. 26. 20:06

 




해 질 무렵 청도驛

때로는 완행열차가 타고싶다.







1. 청도驛 풍경

장마가 끝도 시작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회색빛 여름의 빛바랜 해가 질 무렵
청도驛앞에서 혼자 남겨졌다.
아니, 그저 혼자 남았다.

정겨운 풍경이 있는 정거장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 남겨지고 난 후에야
나는 홀가분한 자유로움을 만났다.

7시 42분 부산행 무궁화 열차표를 주머니에 넣고
작은 청도읍내를 이리 어슬렁
저리 어슬렁 돌다가
역앞에 늘어선 소문난 추어탕집에 들어가
추어탕 국물을 두그릇이나 비웠다.

驛앞 나무그늘아래에 앉아 마음을 놓고 앉았다가
청도역 개찰구를 들어서면
소박하지만 정겹게 꾸며놓은 풍경이 좋다.
그 풍경들을 머리에 이고 플랫트 홈에 앉아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청도에 혼자 남으려 했었다.







2.아우디와 무궁화열차

사업관계로 1년 가까이 알아오던 사람에게서
설계관계로 자기 승용차로 같이 청도에 가자는 제안을 받고
그의 아우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았다.

나에게 늘 예의바르게 대하는 메너있는 그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은 처음이였다.

그러나 그는 핸들을 잡기가 무섭게 2개의 핸드폰을 번갈아가며
전화를 받거나 걸거나 하는 것을 쉬지 않았다.
심지어는 고속도로를 시속 160킬로미터 속도로 달리면서도
메모지를 보면서 전화번호를 눌러 통화를 한다.

돈, 돈, 돈
전부 돈에 관련된 문제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복잡한 법적문제들에 관한 내용들이였다.

외제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 보는 차창밖 풍경들이
왠지 타산적이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살아야하는걸까 ?
모든 사람들은 다 富를 추구하고
나 자신도 그러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진정한 富는 그런 것이 아니였다.
마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富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다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는 행복함보다는 불행쪽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물질적인 富와 그런 추구도 불행에 가깝다.
그것은 마음의 富를 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우디 뒷좌석에 편히 앉아 돌아오는 길을 포기하고
완행열차 무궁화의 딱딱한 좌석을 선택했다.
청도에 둘러보고 갈 곳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남겨진 청도역에서
나는 마음의 부유함과 자유를 만끽했다.

이제는 내 안으로 숨어들던 침잠의 시간을 털고
외유....
그 자유로움을 찾아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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