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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운문호수의 가을 본문

신라의 숨결(경북)

운문호수의 가을

SHADHA 2005. 11. 20. 21:35

 




운문호수의 가을
이 가을에 너는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지만
너는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가을이 짙어갈 때면 늘
불그스레한 단풍잎에
샬로메에게 보낸 릴케의
연시 한 수를 우표삼아 붙여
갈바람에 띄워 전하고 싶다

황금빛 들녘이
노을로 붉게 타오르면
단걸음에
치자나무 서 있는 쪽으로 난
네 방 창문 앞으로 달려가
목청 높은 풀벌레가 되거나

청아한 가을 하늘의
쪽빛 구름으로 떠돌다
스잔한 바람에 밀려
들길을 지나가는 너의 옷깃이나
스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을새 날개짓에 놀라 떨어지는
떡갈나무 갈색 잎새들은
오래도록 너에게 전하지 못한
내 시린 마음의 부스러기

햇살 부신 아침이면
심장을 갓 박차고 나간 선혈처럼
솟구치는 그리움이
저녁이면
소금에 저려진 고등어처럼
정맥을 타고 되돌아온다.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기에
내가 너에게서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기에
내가 너에게
마음을 보내고 싶은
그런 가을이다

여느 때처럼
나는 오늘밤도 창문 활짝 열고
농익은 단풍잎을 스친
빛깔 고운 바람에 가슴 설레며
새하얀 종이에
너에게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이 가을에 너는> 안재동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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