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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여름의 끝자락에 선 해운대의 밤 본문
여름의 끝자락에 선 해운대의 밤
오랫만의 여름밤 외출
여름의 끝자락에 선 해운대의 밤바다에 바람이 불었다.
해운대의 동쪽 끝 미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횟집의 창가에서
신선한 회와 전복회를 먹던 나는 젓가락을 놓고 바다로 나왔다.
그리고 바람부는 바다를 거닐었다.
...이제 여름도 다 끝나가는 것 같다...
폭염의 여름날 오후 일찍 퇴근하려고 사무실에서 나오려고 할 때 그의 전화를 받았다.
나와 동갑이며 부동산 사업을 하는 O사장.
수입차 JEEP을 타고 다니며 아직도 혈기왕성하게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
열심히 노력해도 돈버는 재주가 전혀 없는 내게 나의 아내는 한번씩 조심스레 말하곤 했다.
그에게서 돈버는 재주를 배우라고...
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상하기 힘들만큼 적극적으로 임한다.
때로는 나 스스로도 그런 그의 열정에 감탄하고는 한다.
허지만 그가 사는 방식의 삶이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 왔고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가 나를 불러낸 곳은 미포해안의 그의 단골 횟집이였다.
그는 그의 눈에 비친 내가 못내 안타까웠던 모양이었다.
자기를 도와 몇가지 사업을 추진하자는 제안과 함께 나의 조언을 들으려 했다.
그리고 요즘 내가 너무 우울해 하는 것 같다며 나의 기분을 풀어 주겠단다.
잠시후 세련된 옷차림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 두사람이 들어와 인사를 했고
창가에 마주앉은 그와 내 곁에 그의 아는 동생들이라며 소개하고 앉게 했다.
그리고는 내곁에 앉은 여인에게 부산에서 유명한 건축가이며 예술가라며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과장된 소개를 하기 시작했고
오늘밤 멋지고 즐거운 밤을 만들어 나의 기분을 풀어주자고 했다.
갑자기 닥쳐온 그런 상황이 너무도 당황스럽고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이런 상황은 그리 낯설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때는 사업을 하기 위함이라하며 많은 밤들을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이거나
고급 룸살롱에 머물며 사업주들과 환락의 밤을 보낸 지금보다 젊은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낯설고 싫다.
하룻밤에 술값으로 몇백만원씩을 써댔던 그날들을 사업이 무너지고 난 이후
너무도 뼈저리게 후회했고 그 때문에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한 내 몸안에 흐르는 부분적으로 나쁜 피는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사랑에
쉽게 빠지게 했고, 의도적으로 그리 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윤리적일 수 없는
사랑도 하게 되었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그리 어려울 때도 내 곁을 변함없이 지켜 주었던 나의 아내에게
나의 남은 일생의 모든 것을 다하여 아내를 사랑하고자 마음 먹었었다.
또한 나를 너무도 잘아는 나의 좋은 친구 살로메가 결혼을 하며 내게 남겨준 말,
...누군가를 또 사랑하지 못해 견딜 수 없으면 저를 생각하세요.
제가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 주세요. 늘 거기 있을께요.
약속 지킬거죠 ?......
그 후 나는 단 한치의 빈틈도 없이 살로메와의 그 약속을 지키고 있고
이제는 나의 아내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갖고 있다.
나를 생각해주고 기분 전환을 시켜주려는 그의 배려는 아주 고마운 일이긴 하나
그것은 내가 원하는 일이 결코 아니였다.
하지만 그들과 잠시 대화하며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술이 오가며 즐거워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와 그녀들이 만류하지 못할 사유를 꾸며서 말하고는
그 자리를 혼자 빠져 나왔다....
아!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그 자리를 털고 나오니 이리도 홀가분한 것을....
나는 여름의 끝자락으로 향해 달려가는 아름다운 해운대의 밤바다를
그 환락에 젖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
< Can't Help Falling in Love >를 잔잔히 부르며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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