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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가난한 계절 앞에서 본문
가난한 계절 앞에서
절영 해안산책로 2
내게
바쁘지 않음은 곧 가난함이다.
물질적인 풍족과 상관없이 바쁨속에 빠져 있을 때는
나는 늘 부러움없이 풍족한 마음의 삶을 누렸다.
나는 지금껏 살아온 나의 일생중에서 가장 한가하고 무료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바쁘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도 없고
나를 늘 번거롭고 바쁘게 하던 사람들도 다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
바쁘게 할 일이 없다는 것.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하고 마음속의 빈곤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시간의 공백과 시간의 낭비로 이어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평일날 오후 혼자 텅빈 영화관 뒷좌석에 앉아 영화를 보기도 하고
아내와 햄버거와 콜라를 하나씩 사들고 <화려한 휴가>를 보기도 하여
이 지독한 무료함을 달래 보려 하지만 점점 마음만 가난해 진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속에 든 이 여름날의 지루한 휴가는 끝날 줄을 모르고
바쁘지 않음이 더위보다 더 강하여 마음의 가난함에 젖은 나를
에어컨의 차거운 공기속에 그저 머물게 한다.
서둘러 가을이 오고 나의 일상이 또 바쁘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끝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이 여름날,
모든 분들께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신 날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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