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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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告白과 回想

딸의 선물과 폐품 아빠

SHADHA 2007. 9. 22. 20:56

 




딸의 선물과 폐품 아빠

삶의 비애와 행복에 관하여





금요일 오후 3시 50분경
나는 대구행 열차를 기다리며 구포역 플래트홈에 서 있었다.
순간 서울에서 내려오는 KTX 열차가 구포역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오후 4시에 부산역에 도착하는 그 열차에는 작은 딸아이가 타고 있었다.
지난 구정이후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보고 싶은 딸이여서 빨리 만나고 싶었지만
부산역으로 마중하러 가지 못하고 대구로 향하여야 했다.

추석 연휴가 코앞에 다가 왔건만 도무지 수금이 되지 않는다.
모두들 오늘, 내일로 미루더니 몇 주가 그리 지났다.
우리 건축계열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알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하는 만큼 열심히 성실하게 일은 하여도 늘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것은
일을 다해주고도 정당하게 받아야 할 댓가를 늘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사람들처럼 돈을 주지 않으면 일을 안해주는 그런 성격도 못되고
돈을 달라고 화를 내거나 독촉을 하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이 문제였다.
그렇게 마음 고생을 하면서도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쉽게 탈피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프다.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사는 아내가 내게 던지는 말도 아프다.

...사람들이 당신이 실력이 있어서 일을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돈달라 소리를 안하니까 공짜라는 생각으로 일을 의뢰하는 것 같다.

책상앞에 앉아 전화로 몇군데 수금을 부탁하니 오늘까지 입금시켜주기로 한 사람까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추석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들까지 있다.
하지만 가까운 분들께 예전처럼 선물을 하지는 못하지만 전화로 추석인사를 한 다음
사무실을 나서 대구로 향했다.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향하면서 나는 그런 나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야만 했다.
역정을 내더라도 내가 일을 해 준 정당한 댓가를 받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대구에 도착했지만
저녁식사부터 같이 하자는 그를 따라가 식당에 앉은 나는 그의 딱한 하소연만을 들어야만 했다.

...용기내시고 잘 버텨봅시다. 추석후에는 잘 풀리겠죠...

그렇게 그를 위로하고는 동대구역 플래트홈에 앉아 부산행 열차를 기다릴 때,
가슴 한편에서 쓸쓸한 바람이 불어와 알 수 없는 비애를 느껴야 했다.

부산에 도착하여 딸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사서 집으로 향할 때,
집 근처에서 회사에서 퇴근하여 집에 들렀다가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큰 딸을 만났다.

...아빠, 집에 들어가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왜 ?
...그래, 가보면 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환하게 웃어주는 반가운 얼굴의 보고싶던 작은 딸을 만났다.
작은 딸은 집에 들어선 내게 옷을 갈아입을 틈도 주지 않고 아빠옷을 사왔다며
일곱벌의 옷을 꺼내놓고 맞는지, 어울리는지 입어보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때 아닌 더위로 땀에 젖은 속옷위에 겨울 코트며 가을 셔츠를 입히기 시작했다.

딸의 성화로 한번씩 옷을 다 입어보고 난 뒤에야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난 후, 에어컨을 켜고 본격적인 추동복 패션쇼를 하게 되었다.
딸아이가 코디 해주는 대로 옷들을 차례로 갈아입고 겹쳐 입으면서 포즈를 취해본다.
아빠가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딸이 고마웠다.

...아빠에겐 역시 명품 브랜드가 어울려 !
...임마, 아빠는 이제 폐품이 다 되어가는데 뭘...
...그래도 내게 아빠는 늘 명품아빠야...

낮에 느끼던 삶의 비애가 사라지고 행복함이 밀려왔다.
이런 것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일까 ?
아직도 내게는 어린애같이 느껴지던 딸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고맙다....


<땅의 회상>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즐거운 한가위 되십시요















어린시절의 작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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