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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의료선교 박물관의 가을 풍경 본문

大분지에서(대구)

의료선교 박물관의 가을 풍경

SHADHA 2007. 11. 9. 22:41

 




의료선교 박물관의 가을 풍경

나를 해한 자를 위한 증인이 되는 날에





계산오거리 쪽에서
언덕 위로 보이는 제일교회를 지나 동산의료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의료선교 박물관은 가을 단풍빛에 물들고 있었다.
1906~1910년에 건축된 선교사의 사택으로 1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스위츠 주택(선교박물관),
챔니스 주택(의료박물관),
블레어 주택(교육역사박물관)은
현재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4~26호 지정되어 있고
주변의 유서 깊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그 본래의 모습이 잘 관리되고 있어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 내셔널트러스트 賞을 받게 되었다.
의료선교박물관은 대구시 시티투어 코스에 포함되어 있고,
웨딩촬영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점심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가을풍경이 이름다운
의료선교 박물관을 거닐었다.


2시 반에 대구 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어떤 사건의 증인이 되기 위해 대구로 와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피고인은 나에게 10년에 걸쳐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준 사람.
그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내게 같이 그를 고소하자고 했지만
나는 그러지를 않았다.
죄가 있다면 나 스스로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 설계계약을 하기위해 그에게 내가 이용 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판단은 내가 한 것이기에 피해를 본 것은 나의 부덕함 때문이다.
그가 사업에 실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죄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에게 죄를 더 얹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가 고소가 되고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내내 나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느닷없이 나의 사무실로 그의 편지가 당도하였다.
그것도 세 통씩이나 내게 잘못을 빌고 마지막 재판에 한번만 증인으로 나와서
그가 열심히 사업을 이루려고 했던 노력을 내가 보았던 대로 증언해 주면
자신이 살아있는 한 그 은혜를 다 갚겠다는 애원의 편지였다.
내가 필요할 때는 나를 찾아와 온갖 감언이설로 도움을 청하고
자신이 잘 풀릴 때는 철저하게 외면하던 그 사람....
주변 사람들은 내가 그를 위해 증언하는 것을 다 만류하였으나 나는 대구로 올라온 것이다.

미운 情도 情은 情이다.....
내가 보고 느낀대로 사실만 이야기해 주면 되는 일이기에,
그의 애절한 간청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관덕정 순교기념관에 들러 과연 내가 그를 위해 하는 행동이 옳은 것인가를 자문하고
나의 내면에서 현명한 답을 찾으려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는 점심도 걸른 채 햇살이 드는 의료선교 박물관을 거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