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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가을 금련산 산행에서 본문
가을 금련산 산행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어하는 욕망에 관하여...
지난 토요일 오후 P소장과 함께 황령산쪽 산기슭을 따라
금련산으로 가을 산행을 하였다.
그리 높지않은 산이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은 나의 심장에 부담을 준다.
뛰거나, 몇 시간씩 걸어도 괜찮은데 유독 오르막에서는 부담이 크다.
늘 오르기만 하려는 나의 욕망에 너무 지친 탓일게다.
붉은 단풍이 고운 약수터 세심정에 머무르며 약수 한 모금으로 마음을 씻고,
눈부시도록 노랗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운 작은 산사에 들러 숨을 고르기도 하며
다시 떠나가려 하는 가을의 숲 길을 천천히 걸어 올랐다.
산의 정상인 봉수대로 오르는 입구에서 나는 정상에 오르지 않고
황령산 8부 능선에서 금련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자고 하니 P소장은
...산에 오르는 것은 정상에 당도하는 맛으로 오르는 것 아닙니까 ?
정상에 오르려 하지 않은 것은 포기가 아니라 8부 능선에 오른 것으로 만족하고 싶었던게다.
나의 인생은 늘 내 삶의 울타리안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점철되어 왔다.
그로하여 정상에도 올라 그 욕망을 충족시켜 보기도 했으며
시지프스의 운명의 돌처럼 바닥으로 굴러져서 비탄의 날들을 보내기도 했으며
올라 보았던 그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르려는 몸부림으로 많은 날들을 보냈다.
그런 내가 그 산행길에서 8부 능선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남아있는 나의 삶도 정상에 오르려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욕망의 8부 능선에 당도하면 스스럼없이 멈추고
여유로운 마음의 삶의 산책을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다져본다.
...정상이야 벌써 여러번 밟아 보았는데 뭐..
그냥 8부 능선따라 걷자, 광안대교 보이는 곳에 가서 따끈한 오뎅 살께....
차가움이 느껴지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가을 산길을 걸어 내려 오면서
실내 스키장인 스노우 캐슬을 건축하는 사람의 관심깊은 눈으로 둘러보고 나설 때,
먼 서쪽 산기슭으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그냥 8부 능선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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