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의 가을

 

창경궁의 가을

가을의 고궁산책 1





    이 가을에 서울에 머물고 있음이 행운이라고 느꼈다.
    성숙할만큼 성숙한 가을의 단풍이 그 아름다움의 절정에 이르른 날에
    푸른 하늘이 있는 창경궁을 산책할 수 있음이....

    관천대가 있는 남쪽뜰을 거닐어 종묘로 넘어가는 낯익은 교차로에서
    명정전을 감아 돌아서 함인정에 걸터 앉아 한참동안이나 속념을 털고
    고혹스런 여인을 닮은 가을 풍경속에 들어 있었다.
    몇해전 겨울, 눈내리는 날, 여기에 머물고 있던 나의 과거를 만날 수 있었다.
    경춘전과 창덕궁을 구획하는 오랜 담벼락아래 펼쳐진 가을도 좋았다.
    통명전과 양화전앞을 돌아 그 뒷편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숲속 산책길을 따라 풍기대를 돌아 성종태실앞을 지나며 좁은 숲길을 거닐었다.
    춘당지,
    가을나무과 그 하늘이 통채로 빠져서 노니는 연못에서 가을의 절정을 만났다.
    화려한 단풍과 푸른하늘이 만난 가을연못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팔각 7층 석탑을 돌아 멋진 건축양식으로 조성된 식물원 대온실앞에서
    국화차 한잔을 마실 때 가을은 더욱 더 아름다웠다.

    이 가을에 서울에 머물고 있음이 행운이라고 느꼈다.
    성숙할만큼 성숙한 가을의 단풍이 그 아름다움의 절정에 이르른 날에
    푸른 하늘이 있는 우리의 고궁을 산책할 수 있음이....


    ....2008년 11월 8일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