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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 글로벌 빌리지 산책 본문

靑魚回鄕(부산)

부산 글로벌 빌리지 산책

SHADHA 2009. 12. 10. 13:48

 

부산 글로벌 빌리지 산책

햇살 맑은 어느 겨울날에....

 

     작은 딸아이가 새로 보내준 붉은빛이 선명한 자줏빛 목티셔츠에
      옷깃을 세울 수 있는 푸른빛이 도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멋진 외출이나 하는 듯 아내와 천천히 산책하면서
      맑고 선명한 푸른 하늘이 보기 좋은 겨울 속을 걸어 서면으로 나갔다.


      이제는 내게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 버린 아내와 산책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 된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이 다 어려워져서 서로 자주 만남을 갖는 것이 각박해졌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고통스런 요즘이라 더욱 그러하다.
      아내와 추어탕으로 기분좋은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겨울 햇살 아래를 거닐며 마신 후
      아내를 보내고 혼자 덩그러니 서면 번화가에 혼자 남았다.


      사무실로 가도 할 일이 없고,
      집으로 가도 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가고 싶지도 않다.
      하여 잠시 이정표를 못 찾은 사람처럼 서면 거리를 서성거리다가 롯데호텔 앞을 지나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동해남부선 철도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서
      옛 개성고등학교 자리에 자리잡은 부산의 영어 마을 <부산 글로벌 빌리지>로 들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이 우르르 교실로 다 들어 가버리고 텅 빈 뜰 벤치에 앉아
      가슴을 열고 겨울 햇살을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

 

       시간은 정처없이 자꾸 흘러만 가는데
       나는 무엇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허비하고 있음이 아프기만 한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