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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가을 엄광산 산책 본문

靑魚回鄕(부산)

가을 엄광산 산책

SHADHA 2009. 11. 15. 15:27

 

 

 

 

가을 엄광산 산책

 

지독하게 고독하거나 아주 많이 아프거나...

 


 

 

 

 

    지독하게 고독하거나 아주 많이 아프거나 그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계속 비가 오거나 흐리기만 한 가을날씨와 같이...

 

   동해안 해안가에 400세대 규모의 대형 휴양콘도미니엄 프로젝트 계획을 의뢰받고
   계약은 하였으나 당초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밀려가고 있어
   현장답사를 위해 동해안으로 올라가는 일정을 미루고 있는 그런 날.
   그것은 짜증과 우울로 다시 이어졌다.

 

   지난주 일요일 아내와 함께 김밥으로 도시락을 싸고 엄광산으로 올랐으나
   날씨가 너무 흐리고 이내 비가 올 것 같아 서둘러 산 중턱에서 도시락만 먹고 내려왔다.
   하여 가을을 만나기 위해 토요일 혼자 엄광산으로 오른다.
   해발 504 m 엄광산
   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대한해협을 지나 멀리 일본의 쓰시마 까지 바라 볼 수 있다 하여
   고원견산(高遠見山)이라 불리우던 산.
   동의대학 뒷편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구봉산으로 향하는 산길을 타고 걷다가
   엄광산 8부 능선을 타고 구덕산과 꽃마을쪽으로 하염없이 혼자 걸었다.
   꽃마을 입구에서 다시 아무도 걷지 않는 숲 길을 헤메다가 엄광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엄광산의 가을 숲은 지난 일주일간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불거나 하여
   화사한 단풍을 뽐내기도 전에 다 낙엽이 되어 떨어지거나 날아가 버려서
   어쩌면 초겨을 산의 풍경에 가까운 모습이였다.
   남쪽 능선으로 간간히 노랗고 붉은 단풍을 만날 수 있어 가을 산행의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좋았다.
   지독하게 고독하거나 마음이 아주 많이 아픈 사람에게 썩 어울리는 풍경이였기 때문이다.
   처음 하는 엄광산 일주 산책이여서 처음 가보는 모르는 길들을 수없이 만났으나
   혼자 그저 묵묵히 산을 오르고 내리고 그리 걸었다.
   그렇게 오른 엄광산 정상 바위에 걸터앉아 부산의 동서남북을 한바퀴 둘러 보았다.

 

   혼자 걷는 4시간 동안의 엄광산 산책에서 화려하지 않은 가을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