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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때로는 완행열차가 타고싶다 본문

신라의 숨결(경북)

때로는 완행열차가 타고싶다

SHADHA 2014. 9. 5. 09:45

 

 

때로는 완행열차가 타고싶다

청도 화양 여름 산책 7

 

 

청도역

 

1. 청도驛 풍경

장마가 끝도 시작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회색빛 여름의 빛바랜 해가 질 무렵
청도驛앞에서 혼자 남겨졌다.
아니, 그저 혼자 남았다.

정겨운 풍경이 있는 정거장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 남겨지고 난 후에야 나는 홀가분한 자유로움을 만났다.

7시 42분 부산행 무궁화 열차표를 주머니에 넣고 작은 청도읍내를 이리 어슬렁 저리 어슬렁 돌다가
역앞에 늘어선 소문난 추어탕집에 들어가 추어탕 국물을 두그릇이나 비웠다.

역앞 나무그늘아래에 앉아 마음을 놓고 앉았다가
청도역 개찰구를 들어서면 소박하지만 정겹게 꾸며놓은 풍경이 좋다.
그 풍경들을 머리에 이고 플랫트 홈에 앉아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청도에 혼자 남으려 했었다.

 

2.아우디와 무궁화열차

사업관계로 1년 가까이 알아오던 사람에게서 설계관계로 자기 승용차로 같이 청도에 가자는 제안을 받고
그의 아우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았다.

나에게 늘 예의바르게 대하는 메너있는 그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은 처음이였다.

그러나 그는 핸들을 잡기가 무섭게 2개의 핸드폰을 번갈아가며 전화를 받거나 걸거나 하는 것을 쉬지 않았다.
심지어는 고속도로를 시속 160킬로미터 속도로 달리면서도 메모지를 보면서 전화번호를 눌러 통화를 한다.

돈, 돈, 돈
전부 돈에 관련된 문제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복잡한 법적문제들에 관한 내용들이였다.

외제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 보는 차창밖 풍경들이 왠지 타산적이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부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살아야하는걸까 ?
모든 사람들은 다 부富를 추구하고 나 자신도 그러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진정한 부富는 그런 것이 아니였다.
마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부富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다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는 행복함보다는 불행쪽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물질적인 부富와 그런 추구도 불행에 가깝다.
그것은 마음의 부富를 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우디 뒷좌석에 편히 앉아 돌아오는 길을 포기하고 완행열차 무궁화의 딱딱한 좌석을 선택했다.
청도에 둘러보고 갈 곳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남겨진 청도역에서 비로소 나는 마음의 부유함과 자유를 만끽했다.

이제는 내 안으로 숨어들던 침잠의 시간을 털고
외유....
그 자유로움을 찾아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때로는 완행열차가 타고싶다. 2006.7 shadha 씀

 

 

 

 

 

 

 

 

 

 

 

 

 

 

 

 

청도 공용버스정류장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
정희경

 

북향으로 돌아 앉아 그늘이 깊어진 곳

듬성듬성 이 빠진 벽면의 시간표 위

오늘도 늙은 버스가 덜컹이며 들어온다


모두가 지나가도 시간은 머물러서

빛바랜 소주 광고 속 그녀는 멈추었다


지슬행 차표를 산다

뒷모습 가벼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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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하늘이 금새라도 가슴에다 하얀 눈을 내려 줄 것만 같은 겨울날이다.
하여 그 가슴에서 토해내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그 누구에게도 쉬이 털어내어 말하지 못하는,
나의 아픈 언어들을 하얀 눈으로 덮어 녹여 줄 것 같은 날에,
스스로에게도 미리 귀뜸하지도 않고 부산역으로 달려가 청도행 무궁화 열차를 탔다.

10년전 벼랑끝에 서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을 때,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손을 잡아주신 분께 가슴에 쌓인 아픈 언어들을 털어 놓으러 가는 길.
이 남쪽 항구도시 부산에서 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청도역에 내려서도 시외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조용하고 한적하며 깊고 깊은 시골마을.
청도역으로 차를 보내주시겠다는 호의를 마다하고 겨울속을 여행하는 가난한 나그네가 되어 그리로 가고 싶었다.

풍각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어둡고 낡은 청도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는 시골노인들이 장꾸러미를 앞에 두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담소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난다.

풍각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렸을 때, 하늘에서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처음 만나는 눈이다.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다시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 동안 풍각마을의 작은 강변을 거닐며 아직은 비에 가까운 싸락눈을 맞으며 겨울풍경을 즐긴다.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비운 집들이 폐허가 되어가는 풍경 곁을 지나고
청도보다 더 작고 소박하지만 시골의 운치가 묻어나는 풍각의 시외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머물면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는다.

개울가 느티나무들이 낭만적인 덕산마을의 입구 다리에서 내릴 때,
하얀 빛이 보이는 싸락눈이 머리위로, 얼굴로, 어깨위로 내린다.
천천히 개울가를 걸으며 그 풍경들을 즐기려 할 때,
저만치 마을입구까지 배웅나오신 분과 반가운 해후를 하고
공기맑고 조용한 마을의 따뜻한 온돌방에 들어 건내주신 뜨거운 유자차 한잔 마시며
가슴에 오랫동안 쌓아두었던 아픈 언어들을 토해놓기 시작했다.

싸락눈 내리는 날,
그렇게 가슴을 털었다.
겨울속을 여행하는 가난한 나그네로서의 행복도 느끼며...

......2008.1.31 shadha씀

 

 

 

청도역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때 역풍경

 

 

 

모든 분들 행복가득하고 풍요로운 추석연휴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