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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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마린시티와 더 베이101의 해가 질 무렵 풍경
해운대 여름 산책 5
분명 나는 행운아였다.
우선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인간답게 살았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처절하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서 자수성가한 사람이 될 뻔도 했었다.
주위에 굴곡없는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부유함과 가난함, 다시 부유함과 가난함을 반복하면서....
하지만 어릴 때부터 지켜온 성실하고 착하게 사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돈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이 세상을 사는 데, 더 많은 힘이 들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가난해져 있어도 나는 여전히 행운아였다.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존엄성을 유지하고 대우받으며 굴욕받지 않았고,
굴욕을 절대 허용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고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을 위해서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나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좋은 할아버지로 남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좋은 아내, 좋은 딸들, 너무도 예쁘고 귀여운 손자와 손녀를 가진 것 만으로도
나는 분명 행운아 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 오는 중간에 끼여 양쪽을 다 경험할 수 있는 행운도 누렸다.
배고픈 세상과 배부른 세상을 같이 경험하는 행운도 누렸다.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공부와 사업도 열심히 해 보았고,
남들이 쉽게 해외에 나가지 못할 때부터 세상 밖으로도 많이 나가 보았었다.
아파도 보았고, 번민과 갈등, 좌절과 극복, 그리고 성취감과 행복.
인간으로 태어나서 경험하여야 할 다양한 경험들은 거의 다 해 본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여름날 해 질 무렵에
해운대 동백공원에 서서 마린시티로 지는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운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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