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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동백섬 해안산책로의 여름날 해 질무렵 산책 본문

靑魚回鄕(부산)

동백섬 해안산책로의 여름날 해 질무렵 산책

SHADHA 2015. 8. 7. 09:12

 

 

동백섬 해안산책로의 여름날 해 질무렵 산책

해운대의 여름 산책 3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도 나는 아직 살아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날에도 많은 날들을 해운대와 동백섬을 거닐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쉽게 감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느낀다.

푸른 바다를 끼고 도는 동백섬의 숲 길의 5월을 언제까지 거닐 수 있는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참으로 슬픈 일이다.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는데 육체가 늙어간다는 것이 슬프다.

나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시간적으로 비교적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는데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슬프다.

무엇하나 뚜렷하게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가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하다.

그런 상념에 빠진 채 아주 천천히 걷는다.

 

내게 주어진 남은 날들....

이 푸른 5월의 하늘처럼,

저 푸른 5월의 바다처럼,

그렇게 살자,

나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동백섬 산책에서

 

2010년 5월,

의식을 잃은 채, 백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기 4개월 전 이었다.

나는 이미 나의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버티고 있을 때였다.

내가 아프다는 것이 가족들에게 알려져서 괜히 그들을 힘들게 하기 싫었고,

그냥 버텨보다가 증상이 나아지면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오고,

더 나빠지면 IMF금융위기 이후, 발병한 나의 오랜 지병이 심장병이므로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주고 최대한 빨리, 재기하지도 못한 채, 계속 비참해진 삶, 

나의 삶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서 5년의 세월이 흐른 후,

여름날 해 질무렵에

여름축제가 한참인 해운대 해수욕장을 걸어서 지나와서 동백섬을 거닐며

깊고 깊은 상념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