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동백섬 해안산책로의 여름날 해 질무렵 산책 본문
동백섬 해안산책로의 여름날 해 질무렵 산책
해운대의 여름 산책 3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도 나는 아직 살아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날에도 많은 날들을 해운대와 동백섬을 거닐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쉽게 감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느낀다.
푸른 바다를 끼고 도는 동백섬의 숲 길의 5월을 언제까지 거닐 수 있는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참으로 슬픈 일이다.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는데 육체가 늙어간다는 것이 슬프다.
나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시간적으로 비교적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는데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슬프다.
무엇하나 뚜렷하게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가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하다.
그런 상념에 빠진 채 아주 천천히 걷는다.
내게 주어진 남은 날들....
이 푸른 5월의 하늘처럼,
저 푸른 5월의 바다처럼,
그렇게 살자,
나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동백섬 산책에서
2010년 5월,
의식을 잃은 채, 백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기 4개월 전 이었다.
나는 이미 나의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버티고 있을 때였다.
내가 아프다는 것이 가족들에게 알려져서 괜히 그들을 힘들게 하기 싫었고,
그냥 버텨보다가 증상이 나아지면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오고,
더 나빠지면 IMF금융위기 이후, 발병한 나의 오랜 지병이 심장병이므로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주고 최대한 빨리, 재기하지도 못한 채, 계속 비참해진 삶,
나의 삶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서 5년의 세월이 흐른 후,
여름날 해 질무렵에
여름축제가 한참인 해운대 해수욕장을 걸어서 지나와서 동백섬을 거닐며
깊고 깊은 상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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