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김해공항에서 본문
김해공항에서
아버지로 산다는 것.
구정 연휴가 계속되던 2월 9일 화요일 오후 김해공항에 머물렀다.
설날 연휴를 맞이하여 집으로 돌아왔던 작은 딸이 바쁜 일로 서둘러 서울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던 날,
큰 딸 내외와 손자와 손녀, 가족들이 김해 공항으로 와서 같이 커피 마시고 작은 딸 배웅을 했다.
무능한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하지만 그래도 화목하니 행복하다.
2016년 1월부터 나는 깊은 침잠 [沈潛]에 들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움직이기 싫었다.
보편적으로 추운 겨울 날이면, 하늘이 푸르러서 여행하고 사진찍기가 좋아서 늘 움직였는데
2016년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전망좋은 내 방 창가에 앉아서 2003년에 즐겨 읽었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다시 읽기도 하고
미드 <마르코 폴로> 시즌 1, 10편을 몰아서 보고,
미드<라스트 맨 온 어스>시즌 1 ~2 까지 전편을 다 보았고,
미드<왕좌의 게임> 시즌 1~5까지 50편을 쉬지 않고 몰아서 보았다.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방과 후 친구와 도서관 가서 와룡생의 무협지들을 몰아서 보듯이,그렇게 보았다.
날씨가 아주 추운 날도,
비가 오는 날도,
하늘이 푸르고 푸른 날에도 그렇게 집에 머물렀다...
마음 한켠으로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나 스스로에 대한 깊은 괴리감에 빠지면서....
열심히 해도 그 자리,
안 해도 그 자리...
어차피 안될 때에는 침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을 때,
공항 3층 옥외 작은 데크에서 손녀와 손자와 놀아 주며 설날 연휴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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