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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히말라야 잔스카르 강변과 2021년의 시작 본문

꿈꾸는 여행

히말라야 잔스카르 강변과 2021년의 시작

SHADHA 2021. 1. 1. 09:00

세상의 그 어느 몽상가도 차마 상상할 수 없는 그 장쾌함,
그리고 풀마저 변변히 자랄 수 없는 그 척박함,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빛, 물빛 찬연한 불심,
세상은 이곳을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릴라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지구 상의 마지막 샹그릴라,
눈보라를 다스리는 깊은 침묵,
혹독한 겨울이 9개월이나 지속되는 히말라야 산맥 속
잔스카르 산맥.

......올리비에 푈미.....

 

나는
언젠가부터 지속적으로 잔스카르를 꿈꾸고 있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스스로가 세운 소망을 이루고 난 후,
모든 것을 훌훌 다 털어버리고 떠나서
세계의 모든 땅들을 다 돌고 돌아서
내가 살았던 모든 세상을 충분히 다 기억하게 한 후,
마지막으로 와서 머물고 싶은 땅.
잔스카르.

히말라야 산맥 속 광활하게 펼쳐진 초록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잔스카르 강변의 잔스카르 산맥 기슭에
척박하지만 순수한 자연과 잘 어울리는 하얀 벽의 작은집을 짓고
9개월간의 긴 하얀 겨울을 준비하고 싶다.

보고 싶은 책들을 창문 가까운 벽에다 쌓아두고,
파란색과 초록색과 하얀색 유화물감을 준비하여 두고,
라흐마니 코프와 쇼팽과 그리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나무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난로 옆,
햇볕 드는 창가에 편한 안락의자 하나 놓아두면 좋겠다.

맑고 상큼한 향이 나는 담배를 챙겨놓고,
그윽한 향이 도는 차와 커피도 마련해 놓고,
이윽고 긴 겨울이 시작되면
하얀 추위와 하얀 눈으로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잔스카르 하얀 벽의 작은 집에 머물며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많은 고뇌와 업을 털어내며,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 남기고
그동안 돌아보았던 이 세상 모든 풍경들을 정리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9개월간의 긴 겨울잠에 빠지고 싶다.
히말라야의 깊은 계곡들을 타고 내려온 잔스카르 강물에
나비들이 날며 춤출 때까지...

 

그리고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아닌 듯, 없는 듯,
조촐하게 또는 평온하게
자연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그래서 잔스카르를 꿈꾼다.

 

..... 2004.2.27 <잔스카르를 꿈꾸며> shadha....

 

 

사진...... 구글어스에서 발췌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