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을숙도 생태공원, 그 갈대밭의 추억 본문
오래전 젊은 날,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터질 듯 설레고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모든 것이 다 꿈만 같던
그런 가을날에
우리 서툰 연인들은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에덴공원 숲속을 거닐며
사랑을 배우기 시작했었다.
서울로 훌쩍 떠났던 그녀가 다시 돌아온 날도
우린 그녀의 어린 조카의 손을 나누어 잡고
또 이곳으로 왔었다.
그냥 그렇게 헤어지기가 아쉬워
걷고 또 걸어서 하구언 둑을 넘어
더 먼 곳으로 가고자 했었다.
그래야 다시 돌아오는 길이 더 멀어서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간 갈대숲.
을숙도.
제 8요일의 아그네시카가 원하던
하늘은 열리고 사방의 벽은 막혀있는 그런 방처럼
을숙도의 갈대밭속은
키보다 훨씬 높은 숲을 이루고 있어 그 안으로 들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우린 사라져 버릴 수 있었다.
푸른 하늘만 보이고
사방은 온통 갈대의 금빛 벽으로 도배한 것 같았다.
아그네시카의 방처럼...
가을.
사랑.
우린 꿈꾸고 있는 것 같았다.
갈대숲이 낙동강과 만나는 강변에서.
오후의 가을 햇살에 은빛으로 부서지는
강을 바라 보았었다.
아...
오래전 가을날의 추억이 아련하다.
갈대밭의 추억...... 2003년에 쓴 을숙도 그리고 낙동강
내 나이 22살때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거닐었던 낙동강변 을숙도.
그리고 45년의 세월이 흐른 가을날, 그 을숙도생태공원으로 왔다.
나의 기억으로는 그 당시에는 키 높은 갈대와 억새로 뒤덮혔던 자연 그대로의 을숙도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비되어서 을숙도 생태공원이 되었다.
10월 26일 오전, 을숙도철새공원에서 연결된 다리를 넘어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아무도 없는 을숙도생태공원으로 들어왔다.
푸른 하늘과 가을바람, 갈대와 억새, 낙동강, 그리고 귀에 꼽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
습지에 조성된 데크길도 걸으며 을숙도를 중심으로 낙동강이 나뉘는 전망광장에 서서 1976년의 옛 추억을 생각했다
생태공원 산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체육공원 한쪽에 새로 지어진 카페<블랙업>에 들어가서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페스츄리 식빵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대신하였다.
오래 전의 갈대밭의 추억을 생각한 을숙도생태공원의 가을 산책이었다.
카페<블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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